[암살자] 사투(9)

기사입력 1998년 05월 19일 15시 02분


이집트 공군기 F－15의 편대장 프램 소령은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전투요격 훈련 과정을 수료한 엘리트 조종사였다.

그가 좌측에 붙은 무시디 중위에게 말했다.

"무시디, 잔재주 부리지 말고 규정대로 해. 알았어?"

"예, 소령님."

27세의 무시디는 지난주에 멋을 부린답시고 이륙 직후에 왼쪽 날개를 들었다가 사령관에게 사유서를 내야 했던 것이다.

"목표까지 12분이다."

그가 마이크의 스위치를 껐을 때였다.

레이더 스크린에 다섯개의 점이 나타났고 그것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지중해 방향이다.

"이런 제기랄."

와락 이맛살을 찌푸린 프램이 주파수를 맞추고는 마이크를 켰다.

"본부, 좌전방 120㎞ 지점에 다섯개의 비행물체가 있다. 방향은 우리와 정면이다. 확인했는가?"

"우리도 지금 보았다."

스피커에서 기지의 부사령관 호산 대령이 대답했는데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제 5함대 소속 전투기 같다. 지금 확인중이야. 프램."

"그런데 왜 우리 정면으로 옵니까?"

"그걸 내가 아나?"

"빠릅니다. 10분 안에 우리하고 마주치겠는데."

"기다려."

통신이 끊겼으므로 프램은 혀를 찼다.

공해상이어서 미군기가 영공을 침범한 것도 아닌 터이라 기지의 대응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대의 AH－64A 아파치 헬기는 바다위를 전속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수면에서 10피트 정도의 높이로 날아가고 있었으므로 마치 바다위를 미끄러지는것 같다.

AH－64A는 미군의 가장 강력한 공격용 헬기로 16발의 헬파이어 대전차유도탄, 최대 76발의 2.75인치 로켓탄, 1200발의 30밀리 기관포탄을 장착하고 있고 고도로 발달된 전자장비를 모두 갖춘 엄청난 위력의 헬기였다.

피터슨이 옆에 앉은 대위를 바라보았다.

"대위, 콘테이너를 쏘면 안돼요."

"들었습니다."

다부진 체격의 대위가 힐끗 시선을 주었다.

"콘테이어 안에 여자가 있습니까?"

"그럴 가능성이 많지. 그리고."

피터슨이 입을 다물었다. 하심 하마니가 아직도 K－7 장치를 갖고 있다면 콘테이너 안에 두었을 것이다.

앞쪽 조종석에서 부조종사가 몸을 돌리더니 자신의 이어폰을 손끝으로 두드렸다.

"이봐요. 미스터, 스위치를 켜시오."

피터슨이 이어폰에 달린 스위치를 켜자 곧 워렌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봐. 피터슨, 듣나?"

"듣습니다. 보스."

"살룸근처의 이집트 기갑부대가 너희들보다 15분쯤 후에 도착할 것이다. 그 놈 들이 마악 도로로 들어섰어."

"그래서 날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잠자코 들어. 이자식아！"

상황이 급했는지 워렌이 버럭 화를 냈다.

"승용차 네대는 무조건 박살을 내고 콘테이너 안을 수색해라. 너희들 한테는 12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어！"

"제기랄."

"장치를 찾으면 곧장 싣고 돌아와！ 알았나?"

옆에 앉은 버트 대위가 힐끗 그를 보았다.

그도 듣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