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국내 첫 환전소 '진풍경'
기사입력 1998년 05월 19일 14시 18분
"브라질 돈도 바꿔줍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시청역 4번출구로 나서면 낯선 붉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자유환전센터'.
지난 6일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한 외국돈 바꿔주는 곳이다.
이 환전소는 내년 4월부터 물품구입 대금을 외화로 지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그래선지 벽안（碧眼）의 여행자들은 물론 내국인들의 발길도 잦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능숙하게 돈을 바꿔가는 영국사람, 쭈뼛쭈뼛 환전소의 용도를 묻는 일본사람, 전화로 환율을 묻는 한국사람….
지점장격인 이일주 과장（34）은 "아직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도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조만간 눈코뜰새 없이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처음 생긴 데다 보니 얘기치 못했던 일도 많이 일어난다.
10만원권 수표를 가져와 1만원권 지폐로 바꿔달라고 조르는 아주머니, 1천달러를 바꾼 뒤 "천호동에서 지하철을 두번이나 갈아타고 왔다"면서 차비를 빼달라고 보채는 재미교포 할아버지….
심지어 환전소 출범기념으로 1달러를 바꿔간 아저씨도 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호주달러, 홍콩달러 등 6개국의 돈을 교환해 줬는데 모두 1천400만원 정도 된다.
보통 1인당 교환 액수는 100∼200US달러.
외국인 여행자들이 용돈으로 쓰기 위해 필요한 만큼씩만 바꾸는 것이다.
환전소를 이용하는 손님은 외국인이 6대4 정도로 많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화폐는 모두 20여종.
북한돈과 중국돈, 그리고 비수교국의 돈만 빼놓고는 웬만한 나라의 돈은 다 받는다.
환전소의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하루 12시간.
이과장을 포함, 4명의 직원이 연중무휴로 자리를 지킨다.
시중은행의 업무시간에는 달러당 1∼2원 정도 더 얹어주고, 은행이 문을 닫고난 오후 5시 이후 3시간 동안에는 10원정도 덜 쳐줘 이문을 남긴다.
그래도 일반 호텔보다는 30원 정도 더 주는 셈이다.
따라서 돈을 좀더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저녁때 이곳을 찾는 외국손님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요즘 인도네시아 사태로 하루에도 환율이 6∼7회씩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지만 일은 참 재밌습니다."
이과장은 전 세계인을 상대하고 있지만 `바디 랭귀지'가 있어 아무 걱정 없단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