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야구생방송] 승부세계의 진리 '위기는 찬스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9일 13시 59분
일본 나가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동성이 경기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도저히 중국 선수를 앞지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있을 수는 없고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오른발 뻗기.
결국 김동성은 스케이트날 한뼘 정도의 차이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떻게 18세 밖에 안되는 고등학생이 1초도 안되는 그 짧은 시간, 또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런 무서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승부란 참 묘하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헛점이 드러나고 그것이 역전패의 빌미가 된다.
지난해 아마 대표팀이 제19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에서 승리, 24년만에 우승컵을 단독으로 거머쥐었을때 야구인들은 의외로 받아들였다.
당시 대표팀이 사상 최약체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 우승을 두고 야구인들은 "스타가 없는 위기를 모두가 똘똘 뭉쳐 찬스로 바꾼 결과"라고 평했다.
그렇다. 위기는 위기 그대로 보면 빠져 나오기 힘든 긴 터널이지만 맞부딪쳐 헤쳐나오면 커다란 기회로 다가온다.
"위기는 찬스다"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난 말인지도 모른다.
최근 모기업의 어려움, 주전 선수들의 부상, 트레이드 등 최악의 조건에서도 6연승을 올린 쌍방울의 승리는 정말 값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선수단 전체가 손을 맞잡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당초 강팀으로 분류됐던 한화의 부진은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초반 무서운 장타력을 보이던 부시의 부상과 에이스 정민철, 구대성의 부진이 주원인이나 한화의 전력은 상위권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자신감 회복과 팀 플레이가 언제 살아나느냐 것.
지난 17일 LG전을 돌이켜보자.
1회 3점을 얻고 기분좋게 출발한 한화가 2회들어 신재웅이 안타 하나에 4구 세개를 내준데 이어 구원 등판한 구대성도 4구, 안타 하나씩을 허용, 4실점하며 4대10으로 역전패했다.
4점 가운데 2점이 밀어내기다.
5회까지 양팀의 수비시간을 보면 LG가 37분에 한화는 1시간3분.
결국 투수와 타자간에 믿음이 없다는 이야기다.
LPGA 챔피언십에서 박세리가 우승한후 강병철감독은 "우리선수들이 박세리처럼 과감해야 할땐 과감하고 침착해야 할땐 침착하게 플레이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을 했다.
18일 역전승이 상위권으로 오르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