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나고야통신] '상훈아!승부는 유인구로'
기사입력 1998년 05월 18일 15시 00분
지난 9일부터 1군에 등록돼 같이 훈련하고, 원정도 다녀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
야구 선배로서, 또 일본 진출이 2년여 빠른 외국생활의 선배로서 나름대로 조언을 해주었다.
같은 투수로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민감한 문제는 두가지로 좁혀진다.
하나는 센트럴리그 상대 5개팀의 각 타자들의 특성과 강약점이고, 다른 하나는 심판과 스트라이크존에 관한 것이다.
이번주 나고야통신에서는 두번째 얘기, 스트라이크존에 관한 것을 써보려고 한다.
일본에 온지 벌써 3년째, 이제 한국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게 생활할 수 있게끔 됐다.
이번에는 재미있고 특이한 일본 풍물이나 일상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소 딱딱한 야구 이야기지만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이）상훈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지난 95년 처음 일본에 왔을 때 고전했던 때가 저절로 떠올라 혼자 쓴웃음을 짓곤 했다.
고전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일본 프로야구의 심판과 스트라이크존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
일본은 한국보다 좌우의 스트라이크존이 좁다.
반대로 상하의 존은 다소 넓은 편.
그래서 포크볼, 슬라이더, 슬로 커브 등 위에서 아래로 낙차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가 발전했는지 모른다.
이 스트라이크존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인구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승부구를 던질 때 스트라이크를 던져 타자를 요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은 볼카운트 1-3이나 풀카운트에서도 철저하게 볼성 유인구로 승부한다.
그래서 3구 삼진은 누가 보나 확실한 스트라이크가 아니면 드물다.
볼카운트 2-0에서 한복판으로 던질 정신 나간 투수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인코스나 바깥쪽 꽉찬 공이라도 일본 심판들은 2-0에서는 손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상훈이도 일본 심판들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개인차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또 상훈이에게 말하곤 한다.
설사 4구를 내주더라도 스트라이크존에 살짝 걸치거나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유인구로 대결하라는 것을.
구위와 컨트롤이 뒷받침된 공으로 꼬시면 반드시 속는다.
작년 일본 프로야구 시즌 최다세이브（38개） 기록을 달성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 승부구의 요체를 깨달으면 상훈이는 젊은 만큼 나보다 더 오래, 더 크게 성공할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삼손 리', 이상훈 파이팅!
[18일 오전 나고야의 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