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호씨]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림 없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8일 15시 00분
"우리네 뿌리만 확실히 갖고 있으면 문제없죠 뭐."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을 앞두고 지난 13일 구성된 `한_일문화교류 정책자문위원회'의 23인 중 한사람으로 위촉된 한국만화가협회 이두호 회장（55）.
18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그의 화실에서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자문위원회에서 하게 될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솔직히 전화통보만 받았지 모임을 가진 적은 없다. 조만간 소식이 있을 것 같다.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에 대한 견해는.
▲사실 웬만한 것들은 다 들어와 있지 않은가. 특히 만화의 경우 몽땅 다 들어와 우리 만화의 70∼80％를 점령한 상태다. 때문에 분야에 따라서는 음성적인 문화유입이 양성화된다는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는 지도 모른다.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대중문화에 묻어 들어올 그들의 막대한 자본이다. 가령 영화가 개방되면 영화사까지 들어와 국내 영화계를 잠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효과적인 조치가 마련된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반면 이점도 있을텐데.
▲사실 그렇다. 일본 문화라고 무조건 저속하게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만화만 하더라도 뛰어나고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참 많다. 잘만 받아들이면 우리문화를 살찌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화개방에 앞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그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만화가들과 스포츠신문들을 청소년보호법이다, 미성년자보호법이다 내세워 틀속에 가두려 한다면 창작의 자유가 보장된 그들과 어떻게 경쟁을 하겠는가.
－일본의 대중문화와 맞서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면.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장인정신이다. 돈벌이에 목적이 있다면 철저히 상업주의로 뻗쳐 그들의 상업성을 앞지르라는 얘기다.
－문화를 개방한다고 방어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이다. 일본문화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우리의 대중문화를 어떻게 일본으로 전파할 것인가도 아울러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작품세계에서 일본을 다룬 적 있나.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임꺽정의 후속으로 임꺽정의 아들을 한번 다뤄볼까 하는데 마침 시대가 임진왜란 때라 일본을 다루게 될 것 같다. 때가 때인 만큼 좋게 그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세종대 영상만화학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무엇을 주문하고 싶은가.
▲역사의식이다. 우리네 뿌리만 든든하다면 어떤 문화가 밀려와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