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마지막 소원
기사입력 1998년 05월 18일 14시 22분
원수와 헤어질때 잡는 그 손도 따뜻하다고 한다.
사람은 마지막에 이르면 모두가 선(善)해지기 때문이라나.
또 대미(끝)를 화려하게 장식하고픈 것은 누구나의 꿈인 모양이다.
김밥을 팔아 평생 모은 많은 돈을 당신을 위해 쓰시지 않고 대학의 장학금으로 내놓는 할머니. 역시 삯바느질로 어렵게 모은 적잖은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give)를 하고 떠나시겠다는 노인.
우린 그런 분들을 가끔 아니 자주 본다. 그런데 이 노파의 경우는 좀 달랐다.
일생을 독신으로 지내온 노파가 한 젊은 변호사와 얘기 중이다.
노파 "내가 평생 혼자 살아 왔지만 떠날 때까지 쓸쓸해지구 싶지 않아요."
변호 "엑스트라를 동원해 장례식장에서 우렁차고 경건한 조가를 합창하거나 박수를 치게 할까요?"
노파 "바로 그거예요. 난 몰래 1억을 모아뒀어요. 이 돈 중 8천만원이면 꽤 성대한 장례식이 될거예요."
변호 "나머지 2천만원은요?"
노파, 약간 계면쩍은 표정을 짓더니 말한다.
"그 돈도 날 위해 쓰구 싶어요."
"어떻게요?"
"난 이제까지 혼자 살아왔어요. 내가 남자 곁에 가본 적도 없고, 남자가 내 곁에 와본 적도 없어요. 난 그 일… 이 무척 궁금해요. 에… 그래선데 그 기분을 단 한번만이라도 경험해보구 싶어요. 젊고 건강한 남자를 한명 소개해 줘요. 그 밤이 지나면 2천만원을 줄거예요."
그런데 변호사(?)의 입에 알듯말듯+보일듯말듯한 미소가 번졌다.
원래 본업이 `제비'였던 이 가짜 변호사는 집에 와서 마누라에게 말했다.
"하룻밤 봉사료로 2천이면 꽤나 짭짤치 않아?"
마누라가 더 극성였다.
"그런 좋은 기회를 남에게 줄려구 했어요?!"
가짜 변호사는 그날밤 각오를 하고 노파집으로 갔다.
그런데 하루 이틀… 닷새가 지나도록 제비남편이 나오지 않자 여자는 그 집의 문을 두드렸다.
"어떻게 된거예요? 빨리 나와요!"
그러자 고개를 내민 사람은 노파였다.
"내 장례식은 구청에 부탁해서 무료로 치뤄달라고 할거요∼!!"
_에이, 찝찝해! 사람은 신의 팔에 안겨있을 때는 아무런 욕심도 없지만 사람의 손에 넘어가면 그때부터 온갖 욕망이 생긴다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