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란] '인기바람 탔어요'
기사입력 1998년 05월 18일 14시 22분
"교통사고로 판테리토 나이티스 의심하에 본원 ER에 내원했습니다. BP는 90/60, PR는 분당 130회, 호흡은 약간 빠른 편이었으며 멘탈은 얼러트했습니다."
어려운 의학용어 투성이인 대사를 읊는 이 여배우가 처음 데뷔해서는 몇달동안 "우리 모두 다 나가요"와 "틀려요"라는 단 두 마디만 했었다.
탤런트 이태란(23).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많이 컸다. 신데렐라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남자 이야기'의 여주인공 역에 이은 SBS TV 드라마 스페셜 `내 마음을 뺏어봐'(극본 배유미, 연출 오종록)로 완전히 떴다.
영화는 흥행에서 실패했지만 이태란의 연기만은 돋보였다. 연기파 배우 탄생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 14일 끝난 `내 마음을…'에서 김남주 박신양 한재석 등 빵빵한 선배들 사이에서 조연으로 고군분투했다. 천방지축의 여의사 희수 역이었다. 방방 떴다.
드라마가 뜨면서 그녀 역시 대어로 성장했다. 백화점 의류회사 제약회사 등에서는 CF 출연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형제의 강'에서 그녀는 공장 한 구석에 말없이 서있기만 했었다. 그러나 이제 스타다.
`내 마음을…'엔 4회부터 투입됐다.
오종록 PD가 4회 분량의 대본을 주던 날, 의학용어로 가득 차고 길기만 했던 대본을 이틀만에 깡그리 외워버렸다.
배역이 주어진 사실만으로 눈물날 지경이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대본을 외웠다.
그런데 시원한 눈매, 서구적인 마스크를 자랑하는 8등신 미인에게 안경 낀 여자 역이라니. TV를 보니 안예뻤다.
그러나 조금도 섭섭하지 않았다. 연기가 중요하지, 좀 안예뻐보이는게 뭐 그리 대수일까.
말괄량이 역은 실컷 해봤으니, 이제 MBC TV 월 화 드라마 `세상 끝까지'의 착한 고아 김희선같은 역을 한번 해보고싶다.
지난해 SBS 톱탤런트 대상을 차지하면서 연예계에 진출했다.
서울 전농동에 있는 해성여상을 졸업하고 밀가루회사에 1년, 컴퓨터회사에 2년 다녔다. 은행 아르바이트도 했다. 가정형편이 넉넉치 못해서였다.
요즘 고민이 생겼다.
남들은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이라지만, 사극이나 멜로드라마에는 불리할 것 같다. 그래서 수시로 목소리를 매끈하게 내는 연습을 한다.
[이승호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