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22)끝나지 않은 '석기시대'
기사입력 1998년 05월 18일 14시 22분
파푸아 뉴기니의 인구는 고작 4백만명이다. 이 나라의 수도는 인구 17만여명의 포트 모르즈비이지만, 고원 지대의 교통 중심지인 마운트 하겐에 더 많은 주민들(34만여명)이 살고 있다.
파푸아 뉴기니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마운트 하겐은 현대 문명이 흘러 들어오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석기시대 도구인 사냥용 돌도끼가 아직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가 하면, 문명의 첨단 기기인 컴퓨터도 눈에 띈다. 마법사들의 주술과 현대 문명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파푸아 뉴기니의 지속적인 개발과 개방에 따라 도시 원주민의 삶도 급속하게 변화돼 원시적 풍경을 보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정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씨족 사회를 이루면서 원시 생활을 하고 있는 원주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울창한 밀림, 깊은 계곡, 험난한 산, 몇몇의 활화산 등 거친 조건 때문에 파푸아 뉴기니의 정글 속에는 아무도 살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800여 부족이 700여개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둥지를 틀고 있다.
문명을 등진 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 원주민들의 삶은 원시 그대로다.
이들은 철저하게 계급주의를 앞세우며, 법보다 관습을 더 중요시 한다.
벌거벗은 남녀가 떼지어 돌아다니며, 돌도끼와 창과 화살로 사냥을 한다.
나무 토막을 비벼 불을 지피고, 돼지를 통째로 구워 즉석에서 뜯어먹는다.
마운트 하겐 공항의 철조망 주변은 외국 여행자들을 상대로 각종 토산품을 파는 장사꾼들로 붐볐다.
그들은 손님을 끌려고 요란하게 설치지 않았다. 모두들 일어선 채 느긋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좌판 앞에서 뭔가를 씹고 있는 장사꾼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섬칫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마치 동물의 내장을 날로 먹은 것처럼 입 언저리가 검붉었으며, 은 안은 붉은 피가 낭자했으며, 피빛 찌거리를 연신 길거리에 뱉어댔다.
알고 봤더니 그들은 열대 식물인 부아이(일명 빈랑나무)의 열매를 즐겨 씹고 있었다.
부아이 열매와 다카 열매(오리나무 열매와 비슷함), 조개 껍질, 대나무 등을 함께 넣어 삶은 다음 가루를 섞어서 씹으면 술에 취한듯 몽롱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부아이는 다량의 탄닌 성분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지방질 식사로 인한 설사를 예방하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이곳에서 몸을 덥혀주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아이는 담배 이상의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번 씹기 시작하면 좀처럼 끊을 수 없다고 한다. 부아이를 여러개 계속 씹으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데도 말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