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문예진흥기금 운용 개선안' 환영
기사입력 1998년 05월 18일 14시 22분
`과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수준높은 문화예술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날 것인가.'
그동안 국내 예술가들의 문예진흥기금 운용에 대한 신뢰도는 낮았다.
기금받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데, 적자 투성이 공연까지 문예진흥기금을 꼬박꼬박내야 하는 통에 `벼룩의 간'을 빼먹는 처사라는 원성까지 들어왔다.
문예진흥기금 수혜 기준은 예술창작활동의 수준이나 공인받을 만한 객관적 평가 보다 예술가의 과거 경력, 선정위원들과의 친분에 의해 좌우되는 예가 많았다. 또 기금 선정위원회도 거의 고정되다시피해 평소 선정위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은 한번 타기도 힘든 기금을 잇달아 타는 예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다 사후평가제도 없어서 일단 기금 수혜자로 선정되면 그후 실적이 형편없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기금 수혜자가 선정위원들이나 문예진흥원 관계자들에게 사후 성의표시를 하는 것은 당연한 관례처럼 돼있었다.
그러다보니 외국에서 한국 문화수준을 상징하는 예술가로 활동했다 하더라도 국내 분위기에 맞춰 발빠른 처신(?)을 하지 못할 경우, 이방인처럼 따돌림받게 마련이고, 문예진흥기금 받기도 사막에서 오아시스찾기였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차범석)이 14일 `문예진흥기금 운영의 대폭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새로운 변신을 선언한 것은 일단 환영할만하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될 사후 평가 지원제도 도입은 비록 늦긴 했지만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문예진흥원은 기금 지원의 일부는 진흥기금 지원심의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사업별 평가단을 구성해 `선지원 후평가'를 하고, 나머지는 `사후평가'를 해 우수작가나 단체에게 그 다음해 창작진흥기금을 지원할 것이라 했다.
한편 소액다건의 분산지원에서 다액소건 집중지원으로의 전환은 오래전부터 핑퐁게임처럼 오가고 있는 제도. 다액소건 집중지원은 다수의 예술가를 보호하지 못하고 소수의 나눠먹기로 흐를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두가지 지원방식을 적절히 융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김용문 문예진흥원 사무총장은 "그동안 문예진흥원이 제 역할을 잘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설립 취지를 살려 예술가들을 위한 서비스 행정 기관으로 변신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길 기대한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