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사투(7)
기사입력 1998년 05월 17일 15시 09분
리버풀호는 속력을 떨어뜨리고는 있었지만 선수가 물을 뒤집어 쓰면서 바닷물이 선체를 쓸고 지나갔다.
"저기, 해치 밑의 문이 열릴겁니다. 갑판에 내려서 그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피터슨이 열심히 소리쳤으나 워렌은 버럭 화를 냈다.
"저 빌어먹을 깡통 주인한테 속력을 늦추라고 해！ 내 구두는 200불 짜리야！"
그의 고함을 듣기라도 한듯이 리버풀호는 뚝 속력을 떨어뜨렸고 헬기는 가볍게 갑판위로 내려앉았다.
해치의 문이 열리면서 장교 한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둘러 잠수함으로 들어선 그들을 함장 디킨슨대령이 맞았다. 그는 찌푸린 표정이었다.
"무슨일이오?"
잠수함의 통제실 안이었다. 갖가지 첨단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핵잠수함의 통제실은 워렌도 처음 본다.
"대령, 이집트 공군기는 언제 살룸에 닿습니까?"
워렌이 대뜸 그렇게 묻자 디킨슨이 옆에선 장교를 바라보았다.
"20분쯤 후에 살룸 상공에 도착할 겁니다."
잘생긴 대위가 대답했다. 그가 턱으로 앞쪽의 대형 스크린을 가리켰다,
"코브라 헬기 세대는 한시간 반쯤 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리버풀에서 특공요원이 지금 출발한다면 목표지점에는 언제 닿습니까?"
"45분 후요."
이번에는 디킨슨이 대답했다. 그가 워렌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키가 컸으므로 그는 목을 반쯤 굽힌 자세로 워렌을 노려보았다.
"이봐요. 워렌씨, 내가 무슨일이냐고 물었소. 대답해 주시오."
"극비요. 말할 수 없습니다."
자르듯 말한 워렌이 스크린 앞으로 다가가 섰다.
"대령, 지금 즉시 특공요원을 살룸 서쪽 10㎞지점의 도로가로 출발시켜 주시오. 그곳에 세워진 콘테이너 트럭을 탈취하는거요."
그가 디킨슨을 바라보았다.
"위성사진이 전송되었지요?"
"그렇소."
오만상을 찡그렸으나 디킨슨이 대답했다.
"트럭 한대에 승용차가 네대 있더구만."
"하심 하마니 일당이오. 그 놈들을 소탕하고 중요한 장치를 찾아야 합니다."
그가 옆에 선 피터슨을 턱으로 가리켰다.
"우리 요원이 동행할테니 협조를 부탁합니다."
"빌어먹을 CIA."
몸을 돌린 디킨슨이 대위 한명을 바라보았다.
"헬기는 도착했나?"
"예. 함장님, 이분전에 도착했습니다."
"가라. 버튼."
대위가 피터슨과 함께 통제실을 나가자 워렌이 지친듯 둥근 기둥에 몸을 기댔다.
"함장, 5함대 사령부와 연락할 수 있소?"
디킨슨이 눈만 치켜뜨자 워렌이 손끝으로 옆쪽 스크린을 가리켰다.
"항공모함 신시내티에서 F－18 다섯대가 발진했어요. 곧 살룸으로 향하는 이집트 공군기의 앞길을 차단 할거요. 진행사항을 알고 싶소."
그러자 디킨슨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이건 대형 작전인 것이다. 그의 눈짓을 받은 장교 하나가 무전병의 어깨를 두드렸다.
곧 무전병이 마이크를 내밀었으므로 워렌이 다가갔다.
"난 CIA의 워렌이오. F－18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겁니까?"
그러자 곧 사령부 장교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집트 공군기와 조우 15분 전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