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깽] 한국인의 슬픈 노예사 뮤지컬로 본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7일 15시 09분
한국인의 슬픈 노예사를 다룬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예술단은 6월 2일부터 7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창작 뮤지컬 `애니깽'（김상열 작, 표재순 총감독, 유경환 연출）을 공연하는 것. 총제작비는 3억2천만원.
이 작품 속의 노예이야기는 지난 88년 멕시코 현지를 답사하고 돌아온 극작가 겸 연출가인 김상열씨가 처음으로 `애니깽'이란 제목의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 일반 국민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작품은 모 영화사가 판권을 샀으나 원작자인 김씨의 허가없이 차익을 남기고 다른 영화사에 판권을 되팔았고,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대종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파문을 낳았다.
지금으로부터 94년 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빠져 노예선과 다름없는 멕시코 이민선을 탄 1천 34명의 조선인들. 이들은 지구 반대편의 애니깽（용설란） 농장에서 일하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간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고종황제는 외무대신에게 현지조사를 명령하나 국제정세에 어두웠던 관료는 여비부족을 핑계로 도쿄와 하와이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다 돌아온다.
애니깽 노동자들은 이 끔찍한 사실을 임금께 알려야 한다고 중지를 모아 대표자 4명을 탈출시키지만 쿠바에서 밀입국자로 체포돼, 그 꿈이 무산된다는 게 극의 흐름이다.
작가 김상열씨는 "연극으로 초연했을 때부터 뮤지컬로 꾸며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무능한 통치권력에 희생된 백성들의 이야기인 만큼 오늘날 경제위기를 겪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은 1900년대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현대적 리듬의 노래가 주를 이루며 5인조 악단의 생음악 반주도 곁들여질 예정.
또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장치와 쉴틈없는 장면전환으로 관객들의 눈을 한시도 떼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연출가 유경환씨의 연출노트다.
음악은 SBS 악단장인 김정택씨, 안무는 박명숙 경희대교수, 무대미술은 송관우 한국무대미술 대표가 각각 맡아 극의 완성도를 높힌다.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박철호와 유희성, 남녀 조연상을 수상한 송용태 이정화 그리고 김성기 이희정 고미경 등 전문배우들이 출연, 앙상블에 도전한다.
3일과 5일 낮 공연은 `실직자를 위한 특별 자선공연'으로 마련,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예정. 6월 2일 오후 7시, 3∼5일 오후 4시‘7시, 6∼7일 오후 3시‘6시. （02）523－0845.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