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로운자들] '명작속 인물 현대와 접촉'
기사입력 1998년 05월 17일 15시 09분
"제 습작을 읽어온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말해줘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서울대 공과대학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이치은씨（27）의 장편소설 `권태로운 자들, 소파씨의 아파트에 모이다'가 제2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민음사 제정 `오늘의 작가상'은 한수산의 `부초'（1회）,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3회） 등 문제작들을 배출하며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
고교시절 습작을 빼놓고, 이씨가 공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
제목에서처럼 이 소설은 `권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꽉 짜여진 틀의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는 징후로서 권태를 생각했다"는 게 이씨의 설명.
작가는 소설속의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을 과거 문학작품에 등장했던 권태로운 인물들을 데려오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사르트르의 `구토'에 나오는 로캉탱, 하일지의 `경마장의 오리나무'에 등장하는 오리나무, 모라비아의 `권태'에서의 권태로운 인물인 디노, 카프카의 `심판'에 나오는 K 등.
책제목에도 사용된 소파란 인물은 황지우의 시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의 화자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소파의 아파트로 하나둘씩 모여들고, 그들은 기사에 의해 차례로 죽어간다.
4년 동안 구상을 했고, 실제로 쓴 기간은 1년 6개월이라고 밝힌 저자는 "권태라는 주제로 모은 이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보고 싶었는데 잘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심사위원들은 "기발한 고안력에 의존하고 있는 작품"（김우창）, "지리멸렬해가는 신세대 문학에 온전한 대안은 되지 못할지라도 우리 문학이 외면할 수 없는 한 흐름을 잘 형상화"（이문열）, "특별한 종류의 즐거움"（조성기）이란 평.
[안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