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 '남자의 향기' 중국집 배달원의 '돌변'
기사입력 1998년 05월 17일 15시 09분
수유리 전철역에서 마을 버스 타고 20여분. 종점에서 다시 한참 걸어올라가야 하는 빨래골 산동네에 영화 `남자의 향기'（장현수 감독@두인컴 제작） 촬영팀이 최근 짐을 풀었다.
극중 슬픈 연인인 김승우（혁수 역）와 명세빈（은혜）이 무작정 상경,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내용을 찍기 위해서다. 이날 첫촬영은 돈을 아끼기 위해 명세빈이 집에서 목욕하는 것을 집주인이 몰래 훔쳐보는 장면.
등만 카메라에 잡는다는 조건하에 특수 분장으로 가슴을 가리고 촬영을 시작한 명세빈. 그러나 곧 장 감독의 흥분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캇! 캇!"
장 감독은 가슴분장이 카메라에 잡힌다며 모두 떼어내라고 요구한다. 금세 분위기를 파악한 명세빈도 "그러죠, 뭐".
신인답지 않은 근성으로 `씩씩하게' 촬영을 마친 명세빈은 "감독님이 보려고 일부러 벗긴 것 아니에요"라며 오히려 농담까지 던지는 여유를 과시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선 김승우 보다 엑스트라가 더 시선을 모았다. 일명 `화신각'으로 통하는 이 단역배우는 영화제작사 `두인컴'의 단골 중국집 화신각의 배달원. 재미있는 말투를 눈여겨보던 장현수 감독이 구멍가게 주인으로 캐스팅했다는 귀띔이다.
그러나 평소 구수한 사투리를 자랑하던 이 배달원은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자 번듯한 서울말을 사용해 NG를 거듭했다.
김승우가 이쯤에서 맹활약을 시작한다. 스태프들에게 `Y담'을 던져가며 촬영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사실 김승우는 `남자의 향기'의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상당히 긴장했다는 고백. 상대역인 명세빈이 완전초보인지라 혼자 영화를 이끌어가야 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컸던 터.
그러나 촬영 중반을 넘어선 지금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200％ 가동,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개 짖는 소리만이 멀리서 들려오는 빨래골의 밤을 촬영 열기로 가득 채워가는 `남자의 향기'는 6월까지 촬영을 끝내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 8월쯤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전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