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부상터널 '쫑' 왼손거포 '쨍'
기사입력 1998년 05월 17일 15시 09분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했던가.
현대가 OB를 꺾고 팀 역대 최다 8연승에 환호하던 지난 11일 잠실, 이숭용（27）은 벤치 한 구석에서 홀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팀이 연승을 내달리는 동안 이숭용은 내내 `구경꾼'이었다.
지난달 19일 광주 해태전에서 최상덕에게 허리에 사구를 맞은 후유증에 20일부터 엔트리에서 제외, 지난 7일에야 1군에 합류했다.
그후 3경기 6타수 무안타.
이숭용이 3안타를 몰아치며 부활을 예고한 지난 13일 인천 해태전.
공교롭게도 팀은 8연승 행진을 끝냈다.
"나, 25일만에 안타쳤어요"라고 외치고 싶은 것은 마음 뿐, 팀이 졌는데 중심타자가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비로소 팀과 이숭용이 함께 웃은 때는 올시즌 첫 3연패의 위기에 몰린 15일 해태전.
선발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2점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3타점의 화려한 타격쇼로 팀을 2연패에서 구해내며 활짝 웃었다.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팀이 이겨야 저도 기쁘죠."
속내를 들킨 것이 부담스러웠을까.
"팀이 8연승을 할 때 기분이 울적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한사코 손사래를 홰홰친다.
박재홍_스코트 쿨바로 이어지는 오른손 거포의 뒤를 받치는 좌타 이숭용의 부활로 현대는 `뛰는 말에 날개까지 단 격'이 됐다.
현재 몸상태는 90％정도.
"20일 부산 롯데전, 늦어도 23일 군산 쌍방울전부터는 외야 수비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숭용 없이도 8연승을 내달린 현대는 당분간 승률 7할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