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애도 유행타네' 말더듬이 흉내 신드롬
기사입력 1998년 05월 17일 15시 09분
유행의 끝은 어디일까.
요새 희한한 유행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바로 말더듬이 흉내다.
학생들도 더듬고, 직장인들도 더듬고, 동네 꼬마들까지도 유행에 뒤질새라 열심히 더듬는다.
유행을 따라잡기 위해 일부러 연습을 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이 별난 신드롬의 시발은 영화 `넘버3'에서 `불사파' 두목으로 나와 일약 충무로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송강호.
하도 별나고 화끈하게 말을 더듬는 통에 다들 재미삼아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여자 말더듬이까지 출현해 말더듬이 신드롬을 부채질하고 있다.
MBC TV의 미니시리즈 `세상끝까지'에서 청순가련한 여대생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김선아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말을 더듬어 `일어선' 별난 행운아들이다.
`조용한 가족'이라는 영화는 송강호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을 정도다.
이들의 인기는 광고시장까지 침투해 송강호는 PCS 016, 김선아는 그레이스백화점측과 전속모델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송강호와 김선아의 더듬기는 약간 다르다.
송강호는 더듬더라도 매우 패기있게 더듬으며 급한 성격 때문에 같은 단어를 되풀이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령 "그 그건, 배 배 배반 배반이야 배반…"과 같은 식이다.
말도 말이지만 그 표정이 너무나 재미있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반면 김선아는 늘 풀이 죽어 있고 첫 마디가 힘들다.
"저 저 저 저 저기 저기요, 하 하 하 하 할말 할말이 이 이 이 있어 이 있어요…."
하도 심하게 더듬어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정말이지 성격 급한 사람은 숨이라도 넘어갈 판이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많은 사랑과 동정을 받는 지도 모른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김승호씨（34）는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하고 술마실 때면 늘 송강호 흉내를 낸다"면서 "한바탕씩 웃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말더듬이 흉내'가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장애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