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만만디' 자메이카 선수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5일 16시 12분
`자메이카 선수들은 거북이인가봐.'
한국과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지난 12일 입국한 자메이카 축구대표선수들은 `만만디'다.
더운나라 출신이어서인지 도무지 시간관념이 없다.
그들을 `접대'해야 하는 축구협회 직원들이 가자미 눈을 뜬 것도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사건은 입국 다음날인 13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훈련장인 동대문운동장으로 출발키로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몇명의 `거북이'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선수들 같으면 호들갑을 떨만한 일인데도 그들은 선수를 찾으러 갈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레게음악을 고막이 터져라 틀어 놓고 여유만만 기다릴 뿐.
마지막 한명을 기다리는데 무려 15분이나 걸렸다.
모두 탑승한줄 알고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앗! 잠깐만, 한명이 모자란다"며 소리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식사시간에도 이들은 `거북이'의 본색을 드러낸다.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고 따로따로 내려와 `느릿느릿' 식사를 한다.
어쩌다 음식이 다 떨어지면 흰자위가 드러난 큰 눈을 뜨고 항의할 때도 있다.
14일 오후 이태원으로 쇼핑을 떠날 때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했는지 모두 제시간에 모였다.
하지만 쇼핑도중 뒤처진 선수들이 일행을 찾지못해 우왕좌왕 하는가 하면 장소를 이동할 때도 축구협회 직원들이 일일이 인원을 체크해 주어야 했다.
이태원에서 숙소인 타워호텔로 돌아오는 버스가 30분이나 기다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차범근 감독이 훈련이 끝난뒤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지연돼 행여나 선수들이 기다릴까봐 버스로 쏜살같이 뛰어가는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그런데 자메이카 시모에스 감독의 이야기는 더 걸작이다.
"축구는 뜀박질이 아니다. 공을 가지고 즐기는게 축구다. 한국처럼 100m 달리기 하듯 축구를 하는 것은 좀 그렇다."
[신향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