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21)전리품 해골 '주렁주렁'
기사입력 1998년 05월 15일 16시 12분
바탁족은 원래 대단히 호전적이고 배타적인 부족이었다. 같은 종족끼리도 걸핏하면 싸웠다.
상대방의 기습 공격을 피하기 위해 호수로 둘러싸인 고원지대의 밀림으로 숨어들어간 원주민들도 많았다. 그들에겐 험난한 지형이 이상적인 거주지였던 것이다.
바탁족들은 정글속에서 가능한한 길을 만들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길을 냈을 때도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관리해, 방어와 도주가 쉽도록 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오솔길조차도 20세기에 들어서 닦이기 시작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바탁족에겐 식인 풍습이 폭넓게 성행했다.
탐험가 마르코 폴로가 이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840년부터 1년 6개월 가량 이곳에 머물렀던 중국인 지리학자도 끔찍한 살육의 현장을 보고 시로 남겼다.
중국인 지리학자의 목격담을 생생하게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마을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탁족 전사들이 포로 한명을 끌고 나와 나무기둥에 묶었다.
여러 개의 모닥불이 활활 타올랐고 북소리도 요란했다. 포로는 이미 삶을 포기한 듯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추장이 칼을 빼들고 앞에 나서자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바탁족 전사들은 동시에 칼을 뽑아 들었다.
뚜벅뚜벅 걸어나간 추장은 칼로 포로의 팔뚝과 뺨의 살점을 베어 뚝뚝 흐르는 피를 핥아 먹었다.
추장은 다시 모닥불로 다가가 인육을 불고기처럼 구워 질겅질겅 씹어 먹었다.
추장의 행동에 용기를 얻은 바탁족 전사들이 포로에게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피범벅이 된 포로의 처절한 비명은 이들의 흥겨운 식인 파티를 뜨겁게 만드는 촉매제일 뿐이었다.
팔 다리를 토막내어 불에 구워 먹는 전사들도 있었고, 어떤 전사는 용맹을 과시하고자 인육을 날로 먹기도 했다.
포로의 육체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뜯겨져 모닥불에 던져졌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이었다.]
바탁족 전사들은 포로들의 해골을 마치 `승리의 트로피'처럼 집에다 두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바탁족의 식인 행위는 부족간의 복수심과 적개심에 불을 당겼고, 세월이 흐를수록 마을간의 전쟁은 더욱 잔인하고 악랄해졌다.
이처럼 살벌한 식인 소문이 퍼졌기 때문에 바탁족들은 20세기 초까지도 외부 세계와 완전히 고립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식인 풍습이 퇴화돼버린(?) 바탁족들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밀림 속에서 평화를 만끽하며 느긋하게 살고 있지만, 피비린내나는 역사의 흔적은 아직도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필자가 바탁족 마을을 찾았을 때도 집안의 다락과 천장 대들보 사이에 끼어있는 사람들의 해골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나 끔찍했던지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다음은 파푸아 뉴기니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