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강의실에 '짝궁바람'
기사입력 1998년 05월 14일 15시 39분
대학 강의실에 `짝꿍제도'가 생겨 화제다.
경희대 사학과 새내기들이 최근 `서로 관심, 서로 챙겨'라는 슬로건 아래 초등학교 시절의 `짝꿍제도'를 부활시켜 캠퍼스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과대표 강태호군（19）은 "같은 과 친구들끼리 좀더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짝꿍제도를 생각하게 됐다"면서 "반응들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짝짓기는 주로 제비뽑기를 이용하는데 2주마다 한번씩 바꾼다.
단합에 목적이 있는 만큼 파트너를 자주 바꿔 모든 친구들과 골고루 사귈 기회를 갖자는 뜻에서다.
사학과 새내기들은 40명.
그러나 여학생이 여섯명 더 많아 늘 `과부커플' 세쌍이 생기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물론 짝만 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새롭게 맺어진 쌍에게는 10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서로에게 편지쓰기 ▲도시락 싸와서 나눠먹기 ▲짝꿍집 방문하기 ▲나들이 ▲사진찍기 ▲헌혈 등 봉사활동하기 ▲같은 옷 맞춰입기 ▲영화나 연극 등 공연보기 ▲노래방가기 ▲나란히 붙어앉아 강의듣기 등이다.
이 중 5가지 이상을 실천해야만 한다.
프로그램이 알차 철천지원수라도 친해지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다.
새로운 커플이 출발해 2주가 지나면 총회를 열어 커플별로 경험담을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베스트커플'과 `워스트커플'을 정해 베스트커플에게는 부상으로 티셔츠를 맞춰주고, 워스트커플은 벌칙으로 2주동안 다시 짝을 지운다.
또 새롭게 정해지는 `과부커플'에게는 송곳과 효자손을 선물로 줘 다른 커플들을 시샘하지 말고 2주일을 잘 견디도록 당부하는 익살스런 순서도 갖는다.
총회의 마지막은 늘 노래자랑으로 장식한다.
커플별로 나와 2주동안 연습한 노래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우의를 다지는 것.
신현민（19）_윤현진（19） 커플은 "둘만의 공동일기를 쓸 정도로 친해졌다"면서 "졸업할 때까지 짝꿍제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수형 명예기자(한국외대)]
◇경희대 사학과 새내기들이 남녀 짝을 이뤄 강의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