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83)루이 16세
기사입력 1998년 05월 14일 15시 16분
철도청이 지난 4월 한달동안 `철도혁신 국민 아이디어'를 공모했더니 무려 7천700여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고 한다.
아이디어 중에는 `화장실 옆에 있는 좌석의 요금은 내려달라'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화장실의 위치는 때로 이렇게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화장실의 위치. 이거 참 중요하다.
얼마전 대한건설진흥회가 발간하는 `건설교통 저널'에는 `화장실의 위치는 전통사상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컬럼이 실려 화제를 모았다.
한국하천연구소 이형석 소장은 기고문을 통해 `공공 건물에서 남녀 화장실의 좌우 위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무심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의 전통사상을 내세웠다.
이 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오른쪽보다는 왼쪽을 높이고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를 의미하는 좌존우비（左尊右卑）, 남좌여우（男左女右）의 사상이 내려 온다는 것이다.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더 높은 직급이고, 지금도 태극기와 외국 국기를 함께 게양할 때 태극기를 왼쪽에 두는 이유도 이같은 전통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 소장은 또 `선조들의 생활 문화 중에서도 임신한 여자가 걸어갈 때 뒤에서 불러 왼쪽으로 돌아보면 아들,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딸로 판정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이 소장의 주장은? 그러니까 `화장실 위치도 남자용은 왼쪽, 여자용은 오른쪽에 두자'는 것이다.
줄리 호란이라는 미국 여자가 쓴 `1.5평의 문명사'（푸른숲）라는 책을 보면 화장실의 역사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문명은 문자와 더불어 시작된 것이 아니라 화장실과 함께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화장실과 배변에 대한 별별 에피소드들이 다 적혀있다.
질투심이 많았던 프랑스의 루이 16세. 애인이 다른 남자에게 반하자 속이 끓었다.
그는 복수를 위해 애인에게 요강을 선물하고 거기다 용변을 보게 했다. 요강에는 애인의 마음을 빼앗아간 남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자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운 신이라고 여겼다. 파라오들은 자신의 신성을 유지하기 위해 남몰래 궁궐 밖으로 나가 용변을 보는 불편을 감수했다.
로마시민들은 공동 화장실을 사교의 장으로 삼았다. 마틴 루터는 자신의 사상을 주로 화장실에서 완성해나갔다고 한다. 맙소사! 그는 변비환자였던 것이다.
화장지가 나오기 전 옛날 미국의 농부들은 물기를 머금은 옥수수 속으로 밑을 닦았다고 한다. 우리가 호박잎을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아이디어다.
마지막으로 보너스 하나.
탤런트 김자옥이 화장실을 앞에 두고도 허둥대고 있었다. 행인이 들어가셔서 일을 보시라고 했더니 김자옥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신사용이랑 숙녀용은 있는데 공주용은 없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