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스승의 은혜는 잊지맙시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4일 15시 16분
봄엔 꽃바람 따라 생기는 `무작정상경', 여름엔 `물사고', 가을엔 `시를 쓴다는 것이 유서를 쓰고 마는 염세증', 겨울에는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지는 `낙상'.
계절마다 조심해야 할 사고들이 있다.
그런데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지금같은 계절 `보름'에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바로 건망증이다.
지하철 분실물 센터에 물건이 가장 많이 쌓이는 철이 마악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이란다.
쉬운 말로 `업은 아기 사흘을 찾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이런 증세를 보이는 분이 가족이나 주위에 계시다면….
4. 5월 15일은 `스승의 날'.
모처럼 선생님을 뵈러 학교에 가신 어머니. 그런데 왜 내가 이미 졸업한 초등학교엘 가신 걸까?
아이가 졸업한 뒤에도 `촌지'들고 찾아 오신 학부모님은 개교 이래 유일하다며 대환영을 받으신 어머니. 겨우 물어 물어서 내가 다니는 중학교에 찾아오신 어머니, 왜 2학년 1반 선생님에게 날 잘 부탁한다고 난리실까, 나 1학년 2반인데….
_그날 저녁 어머닌 `왜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진학을 했냐'며 마구 난리시다.
5. 그 학부모에 그 선생님이신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애들은 우당탕탕, 교실은 소란 그 자체, 전쟁터가 따로 없다.
그 순간 뒷문이 확∼ 열리면서 무서운 체육 선생님이 고개를 내미시며 야단.
"이 반은 떠들기 특별활동을 하는 반이냐?!!"
아이들은 침 삼키는 소리마저 삼가고, 교실은 지리산 깊은 산속 사찰마냥 정적이 감돌고.
곧 이어서 교실 앞문이 다시 확∼ 열린다. 같은 호랑이 체육 선생님.
"흐음, 이 반 아이들은 조용하군. 뒷반 나쁜 아해놈들!!"
（※ 스승의 날에 선상님의 흉을 봐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6, 접장,사감… 그렇게 불러도 아무 불평이 없으신 분. 이 세상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신 분.
스승뿐이다. 그런데 젊은 우리는 까마득히 잊고 있는데 스승은 하찮은 제자였던 우릴 기억하신다. 없어져야 할 건망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