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유부녀와 금지된 사랑에 '푹'
기사입력 1998년 05월 14일 15시 16분
공전의 히트드라마 `모래시계'가 낳은 영웅. 우수와 고독이 묻어나는 이 시대 최고의 터프가이.
이정재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온통 강인한 사내의 이미지 일색이다. 날카로운 눈빛, 완강해보이는 몸매.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제 이정재는 이런 수식어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따뜻한 남자'로 대중 앞에 나선다.
넓은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줄 것 같은 남자, 이름은 우인.
약혼녀의 언니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멜로영화 `정사'（이재용감독_나인필름 제작）에서 이정재는 따뜻하면서도 열정적인 남자로 거듭난다.
"사랑에는 조건이나 이유 같은 게 없잖아요. 이 영화가 그걸 적나라하게 보여줘요. 어느날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 이성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사랑.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 사랑에 푹 빠져버렸어요."
미국에 있는 약혼녀보다 먼저 서울에 온 우인. 약혼녀의 언니 서현（이미숙）을 만나 집이며 가구 등을 둘러보며 결혼준비를 하려던 우인은 처음 만난 서현에게서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한다.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랑. 남편과 아들을 둔 서현의 가슴을 뒤흔드는 우인의 사랑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하지만 우인은, 또 서현은 불현듯 찾아온 사랑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불륜을 소재로 한 보통의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그럴만한 이유'가 `정사'에는 없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 사랑스러운 아들. 부족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서현이다.
"이런 대사가 있어요. 바보같이 왜 날 좋아하죠? 난 나이도 많고 아이도 있는데… 이때 우인이 이렇게 말해요. 당신은 왜 날 좋아하죠? 난 나이도 어리고 아이도 없는데…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이 대목이 왜그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청춘스타를 졸업하는 모양이다. 감성적인 대사 하나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시리기도 하다니.
얼마전 경기도 포천의 한 채석장을 배경으로 펼쳐진 촬영에서도 이정재는 격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표출해냈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녘의 절벽 끝에서 우인이 서현의 어깨를 안아주는 장면이었는데, `나이차'를 뛰어넘은 연인의 모습이 그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던 것.
막바지 촬영중인 TV드라마 `백야'의 출연 때문에 몇 차례씩이나 러시아를 오가는 고단한 일정 속에서도 이정재가 `정사'의 우인에 한없이 빠져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사랑의 그림' 때문.
이젠 사랑을 알았다는 뜻일까.
"우인과 같은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사랑'을 말이에요. 현실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정사'에서 후회없이 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20대 후반에서 30대의 미시팬들은 눈물깨나 흘릴 거예요."
이정재는 이달 하순경 `백야'의 촬영을 위해 마지막으로 우즈베키스탄을 갔다오면 `정사'의 우인으로만 올 여름을 나게 된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