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캐넌포 사나이' 이기형 부활 조명탄
기사입력 1998년 05월 14일 03시 16분
"이제야 팀에 진 빚을 갚은 것 같습니다."
`올림픽 스타' 이기형(25．삼성)이 월드컵대표 탈락의 한을 밤하늘에 쏜 두발의 중거리포로 말끔히 씻었다.
이기형은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와의 98필립모리스코리아컵 2차전 홈경기서 전반 21분과 후반 25분 시원한 중거리포로 선제골과 결승골을 독식하며 1패 뒤에 팀에 귀중한 첫승을 안겼다.
작년 5월3일 전남과의 라피도컵 정규리그서 결승골(1대0)을 터트린 이후 꼭 1년10일 만의 골맛.
이날 그의 골은 프랑스월드컵 본선을 한달여 앞두고 1년 넘게 몸담아온 월드컵대표팀서 탈락한 아픔을 딛고 엮어낸 재기의 신호탄이었다.
특히 후반 25분 터진 20m짜리 중거리슛은 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내내 침묵을 지켰던 가공할 중거리슛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이기형의 이날 원맨쇼를 누구보다 반긴 것은 바로 1년 넘게 `월드컵 별거'를 감수해오던 임신 9개월의 아내 김미라씨(25).
작년 4월 결혼 이후 13개월동안 계속된 `월드컵 별거'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남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한꺼번에 북받친 탓인지 김씨는 이날 본부석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1m81, 73㎏의 탄탄한 체격의 이기형은 비쇼베츠 감독(우크라이나)이 애틀랜타올림픽을 위해 발굴한 신세대 스타.
비록 `차범근 사단'에서는 막판에 토사구팽을 당했지만 중학시절 서울 흑석동 달동네를 오르내리며 단련한 허벅지의 파워를 프로축구판에서 시원한 중거리포로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 기대된다.
[수원＝김동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