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 '찜' 그녀 곁에 있으려 여자로 변신
기사입력 1998년 05월 13일 16시 09분
친구의 누나를 사랑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누나 앞에만 서면 공연히 가슴이 쿵쾅거리고,어쩌다 빨래줄에 걸린 누나의 속옷을 보면 얼굴이 빨개지던 일.
조금 용기를 내본다는게 누나 방에 몰래 들어가 누나가 쓰는 로션이나 머리빗 정도를 쓸쩍해오는 정도.
'고스트 맘마'로 여성관객의 눈물콧물을 흘리게 했던 신예 한지승 감독은 바로 이 '친구 누나와의 사랑'이라는 컨셉트로 자신의 특기인 멜로감성을 발휘한다.
고정관념을 깨부수겠다는 한 감독의 연출의지는 벽돌담을 깨트리며 '찜'을 알리는 첫장면에서부터 나타난다.
'찜'(황기선사단 제작)은 형식과 내용상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중학교 다닐 때 처음 본 친구누나를 '나의 이상형'이라고 '찜'해놓은 주인공 안재욱이 어떻게든 사랑을 쟁취해보겠다고 온갖 해프닝을 펼치는 코미디부분과 진지한 사랑의 감정에 호소하는 멜로부분으로.
그런가하면 누나에게 프로포즈하려는 안재욱의 해프닝이 연거푸 실패로 끝나는 전반부와 여장변신으로서의 후반부로도 나뉜다.
방송국 AD인 준혁은 친구 윤철(강성진)의 누나 채영(김혜수)에게 프로포즈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채영은 준혁을 여전히 빡빡머리 중학생으로만 여길 뿐이다.노처녀 스트레스때문에 만취한 채영을 호텔로 들쳐업고가 '응큼한 짓'을 시도할 찬스가 있었지만 그것 역시 여의칠 않다.
오히려 아침에 일어난 채영으로부터 "앞으로 얼씬도 하지 말라"는 청천벽력같은 '선고'를 받는다.
차라리 사랑을 못이루어도 좋으니 옛날처럼 가끔 볼 수만 있었으면 좋겠는데,식음을 전폐하며 낙심하는 준혁.
준혁을 지켜보던 방송국 선배 분장사가 내놓는 뜻밖의 제안.여장변신.
여장으로 접근한 준혁은 금세 채영과 가까워진다.한 침대에서 잠도 자고,여탕에도 같이간다.
호기있게 목욕탕에 들어가지만 옷을 못벗는 준혁,말가벗은 여자들이 왔다갔다하자 시선 둘 데를 몰라 쩔쩔매기도 한다.
이 와중에 채영에겐 그럴듯한 남자가 나타나고,이를 곁에서 바라보는 준혁의 가슴은 찢어진다.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결말은 언제나 해피엔딩.
준혁은 '결혼에는 조건이 어쩌구'하는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가발을 벗어던진다."사랑하는 여자의 곁에 있고 싶어 남자이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면서.이를 먼 발치에서 보고 놀라를 채영.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울린다,집을 나서던 채영은 아파트 마당의 나무들마다 걸려있는 수천장의 노란 손수건을 보고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다.올드넘버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를 배경으로.
코미디와 멜로를 넘나들고 갈등과 기쁨을 오가는 김혜수의 눈빛연기는 완숙 그자체이며,여장연기를 펼친 안재욱의 노력도 '투씨'에 못잖다.(16일 피카디리극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