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표팀] 박정은 '세계 4강 목표 구슬땀'
기사입력 1998년 05월 13일 15시 12분
최근 미국 보스턴의 한병원에서 개발돼 전세계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긴 세기말의 영약, `앤지오스타틴'과 `엔도스타틴'.
머리털이 몽땅 빠지고 인간의 인내력을 뛰어넘는 고통이 따른다는 항암치료제에 시달려왔던 환자들. 그리고 이들 곁을 지키며 안타까움에 속이 타들어갔던 가족들에게 신약이 개발됐다는 뉴스는 마치 복음과도 같았다.
이소식은 오는 26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대비, 20여일째 태릉선수촌에서 합숙중인 박정은（21．삼성생명）에게도 들려왔다.
`아빠, 이젠 희망이 보여요.'
박정은의 아버지이자 왕년의 여자농구 스타 박신자씨의 친동생 박성구씨（50）가 폐암판정을 받은 건 지난 3월.
여자프로농구 출범이 무산돼 내키지 않는 휴가를 받아 부산 집에 내려간 박정은은 겨우내 감기로 고생하신 아버지와 함께 인근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내린 폐암 소견.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길로 서울 삼성병원으로 달려갔다. 결과는 마찬가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아빠도 농구선수 출신이시라 늘 건강하셨거든요."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고통을 겪는다면서 항암치료를 마다하는 아버지를 부산에 모시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 그녀.
여자대표팀이 소집되기 전까진 그래도 서울로 약을 타러오시는 아버지를 가끔 뵐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침 저녁마다 전화로 안부를 묻지만 얼마전부턴 기력이 급격히 쇠해지셨는지 서너마디를 잇기가 힘에 부치신 눈치였다.
마음고생 탓인지 두달여동안 5㎏이나 빠져 부쩍 수척해진 그녀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앞서 평가전을 갖기 위해 오는 17일 포르투갈로 향한다.
미국 보스턴과는 반대쪽으로.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