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우주정거장 이름 좀 지어주세요'
기사입력 1998년 05월 13일 15시 12분
우주선이 쉴새 없이 발사되는 이 우주시대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국제 우주정거장의 적당한 이름을 정하지 못해 작명소를 찾아나서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을 맞고 있다.
국제 우주정거장은 NASA가 통상적으로 `인터내셔널 스페이스 스테이션'이나 이니셜 ISS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NASA의 관리인들은 실제 이름을 원하고 있다.
이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국제 우주정거장 건설에 무려 세계의 16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국들이 이의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합한 이름이 필요한 것. ISS란 이름은 NASA의 우주비행사들도 싫어하고 있다.
AP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은 시작이나 처음을 뜻하는 알파나 다른 말들을 싫어한다. 여기에 러시아는 이미 지난 71년 살류트 이후 우주 정거장들을 비행시키고 있다.
탐험가나 역사적인 유명 인사의 이름을 붙이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 연구선의 제작을 맡은 유럽우주국은 이 연구선에 이미 콜럼버스란 이름을 붙였으나, 유럽 각국의 예민한 반응 때문에 유럽우주국은 유명 인사의 차용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우주국도 생명이 없는 물체에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걸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문화적 관행 때문에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꽃이나 나무의 이름 등 자연과 관련된 이름을 선호한다.
레이건 대통령은 지난 1988년 그걸 자유（Freedom）로 명명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소련은 이미 평화라는 뜻의 미르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레이건의 명명을 방해했다.
90년대 초반 NASA는 우주정거장을 재 디자인하고 그리스 알파벳의 첫자인 알파라는 비공식적인 이름을 부여했다. 동시에 이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제안한 수백개의 이름들중 가장 많은 5개－알파 앨리언스 오로라 시그마 유나이티－를 뽑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이 우주정거장 사업에 참여하며 먼저 알파라는 이름이 날아갔다.
NASA가 우주정거장의 이름에 이처럼 연연하는 데는 지난해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의 대대적인 성공 탓도 있다. 무인탐사 로봇 소저너가 발견한 바위마다 요기나 스누피 등으로 명명됐고 친숙한 이름탓에 미국인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
NASA는 국제 우주정거장의 가압실 등 각 부품들의 작명을 학교 어린이들에게 위임할 지도 모른다. 미국실험실 이름인 인데버（Endeavour）도 어린이들이 낸 아이디어중에서 채택한 것. 골치 아픈 국제 우주정거장의 작명도 결국 어린이들이 해결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석광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