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박노식씨 회고전 '용팔이를 아십니까?'
기사입력 1998년 05월 13일 15시 12분
`용팔이를 기억하십니까.'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스크린을 주름잡았던 왕년의 액션스타 고（故） 박노식씨의 호쾌한 주먹세계가 다시 펼쳐진다.
한국영상자료원（이사장 정홍택）이 `명배우 회고전'의 일환으로 박노식（1930∼1995년）의 대표작을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내 영상자료원에서 무료상영키로 한 덕분이다.
이 회고전은 `용팔이'와 `마도로스 박'으로 기억되는 영화계 히어로인 박노식이 출연했던 900여편의 영화 가운데 5편을 엄선, 매일 오후 2시부터 무대에 올려 올드팬들의 향수를 한껏 채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노식이 5월의 명배우로 선정된 것은 IMF를 맞아 복고풍지향의 사회흐름과 무관하지 않고 또한 예향（藝鄕）인 전라남도의 맛깔나는 사투리가 담긴 히트작을 다시 보여줌으로써 침체된 영화가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숨어있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 "추억과 향수를 가진 박노식씨 출연영화가 상영된다는 점이 감개무량하다"면서 "그의 영화는 늘 다시 보고싶은 영화로 신세대 영화팬들에게도 추천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연예가에서 박노식은 강인한 이미지의 얼굴과 호쾌한 액션으로 터프가이의 원조로 통한다.
`돌아온 팔도사나이'（편거영 감독,69년）에서 전국 각지의 건달들과 서울 한복판인 명동에서 한판 붙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당시 관객들에게 호쾌한 이미지를 심어줬고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이어 `용칠이 형님'（김영걸 감독, 71년）에서는 링에서 동료를 죽인 용팔이로 출연, 권투선수의 꿈을 버리고 고향인 목포로 돌아가 말숙（남정임）과 우여곡절끝에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줘 액션과 멜러를 동시에 가진 배우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이후 그에게는 `용팔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고 건달세계에서 용팔이는 곧 의리와 눈물을 가진 남자의 대명사처럼 불렸다.
박노식은 그의 인생을 영화처럼 살았다.
영원한 자유인이고자했던 그는 때론 일상생활에서의 돌출행동으로 배우생활중 숱한 화제를 만들어냈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승용차를 가로막는 순경에게 주먹질을 했고 검사앞에서 검사의 명패를 집어던지는 호기를 부리다 구속되기도 했다.
이번 박노식 회고전에는 `카인의 후예', `돌아온 팔도사나이', `맨주먹으로 왔다', `용칠이 형님', `소장수' 등이 연속으로 상영된다.
박노식은 70년 `돌아온 팔도사나이'와 72년 `소장수'로 조선일보사 주최의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95년 지병인 간암으로 사망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