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일주산행'산꾼들 기본코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3일 14시 28분
북한산성에는 모두 몇개의 성문이 있을까?
자칭 `북한산 박사'라는 산꾼들도 십중팔구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려운 문제다. 답은 16개.
이중 능선상에 있는 12개 성문을 통과하는 `12성문 일주'가 북한산 테마산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2성문 일주는 당초 북한산을 주무대로하는 산악회들이 북한산의 총체적인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개발한 코스.
정상인 백운대만 올랐다가 내려오는 등반으로는 북한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12 성문을 한꺼번에 이어 돌고나면 북한산의 능선과 골짜기가 눈을 감고도 지도를 그릴 수 있을만큼 속속들이 알게 되기 때문이다.
총연장 약 10㎞에 달하는 12성문 일주의 시발점은 구파발 방면의 대서문.
옛날 산성 안의 시체를 빼내는 통로였던 시구문을 거쳐 북문∼위문∼용암문∼대동문∼보국문∼∼대성문∼대남문∼청수동암문∼부왕동암문∼가사동암문까지 시계방향으로 돌게 된다.
산성을 온전히 밟아 12성문을 통과하려면 체력은 물론 상당한 암벽등반 실력이 있어야 한다.
북문과 위문 사이의 염초봉 릿지, 위문과 용암문을 잇는 만경대 릿지, 대남문과 청수동암문 사이의 암릉 등 난코스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태로운 암릉을 피해나가면서도 12성문을 다 통과할 수 있는 우회로가 있어 문제는 없다.
소요시간은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10∼12시간.
287년전 조선 숙종 때 외침을 막기 위해 도성안의 젊은 남정네들 3만∼4만명이 단 6개월만에 공사를 끝낸 북한산성.
12성문 일주를 마친 등산객들은 이제는 이끼가 두텁게 끼고 일부는 세월의 풍파에 허물어지기까지한 산성의 성문을 줄줄이 통과하면서 느끼는 감회가 "지금껏 북한산의 귀퉁잇길로만 오르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고 고백한다.
▲산행 가이드
하루에 일주를 마칠 요량이라면 아침 7시 이전에 출발해야 해지기 전에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북문∼위문 사이의 염초봉 릿지는 백운대로 곧장 올라붙는 칼능선으로 로프 등 장비가 없으면 절대 들어가선 안된다. 일단 진입하면 후퇴하기도 어려울만큼 험하기 때문이다.
북문에서 상운사로 내려가 북한산 계곡길로 다시 올라가면 손쉽게 위문에 당도한다.
12성문이 모두 능선에 있는 탓에 물을 구하기가 어렵다. 최소 10시간은 걸어야 하니까 시구문 직전의 덕암사나 원효암에서 수통에 물을 충분히 채워가야 한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 내려 156번 버스로 북한산성 입구까지 가면 된다.
▲북한산성 메모
16개 성문 중 나머지 4개의 문은 중성문과 3개의 수문들. 12성문이 능선에 있는 반면 모두 골짜기에 있고 일부는 터만 남아있다.
큰 대(大)자가 붙은 문은 `공개된 문'인 반면 나머지는 전술적 목적으로 만든 문이다.
특히 `암문'들은 비밀문으로 변고가 생겼을때 특공대나 요인들이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는 통로였다.
숙종은 선대의 효종이 병자호란 등에 시달리는 것을 고 산성을 쌓게했으나 이후 한번도 왕조의 피난처로 사용된 적이 없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