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병씨] '나는 눈으로 말한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3일 14시 28분
`눈'. 비디오 설치작가 육근병씨(41)의 화두다.
88년 첫 개인전때부터 최근까지 작품의 핵이었다.
그에게 훨훨 날수있는 날개를 달아준 작품 역시 `터를 위한 눈'.
무덤 봉분에 TV모니터를 설치하고 눈을 크게 클로즈업한 비디오설치작으로, 무덤속 사자(死者)의 큰 눈이 관객을 응시하는 듯한 작품.
89년 상파울로비엔날레의 대상후보 작가의 영예와 세계적 권위의 92카셀도큐멘타에 국내 작가론 처음 초대돼 10대 작가로 선정되는 행운을 안겨준 작품이다.
어릴때 대문의 작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폈던 추억이 작품의 모티브. 육씨는 "눈은 인간의 극소체이자 우주의 본질이 요약된 상징체"라고 말한다. 작품속 눈은 예술가의 눈이자, 역사와 우주를 보는 창, 관객과의 대화창구인 셈이다.
미토현대미술관(94), 리용비엔날레(95)에 초대전시된 작품 `생존은 역사', 사이타마미술관(96)에서 전시된 `생존의 꿈'에도 눈은 역사의 증인처럼 나타난다.
그러나 국내팬들이 육씨의 작품을 만날 기회는 드물었다. 세계무대에서의 성공으로 외유가 길었던 것. 14일부터 6월 13일까지 국제화랑에서 갖는 5년만의 전시는 그래서 더 기대를 모은다.
출품작은 모두 94년 이후 제작된 국내미발표작.
광주사태를 비롯,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스피디하게 보여주는 `생존은 역사다'(15분), 전쟁신을 배경으로 누드여성의 춤이 인상적인 `생존의 꿈'(16분),
새벽녘 신비로운 자연의 이미지와 명상 음악이 함께 하는 최신작 `1998년 4월 19일 새벽'과 `응시' 등 대형 설치작업 4점과 관련 회화 및 드로잉들. 첫날 오후 4시부터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육씨의 작품은 첨단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면서도 동양의 음양사상과 연결된 유기적인 우주관과 결합, 신비로운 느낌마저 감돈다. 거기다 작가가 직접 제작한 음악과 음향이 명상적 분위기를 더한다.
올라운드플레이어의 면모가 강한 육씨는 이번 전시후 올10월 공연할 서울 동숭아트센터의 라이브시네마 `비천무'(가칭) 연출에 몰입할 예정.
또 내년엔 뉴욕 맨해튼의 유엔 건물 전면에 187개 유엔 회원국 어린이들의 눈을 빔 프로젝터로 쏘는 초대형 `뉴욕 프로젝트', 2000년엔 파리 라데팡스 콘서트 계획도 있다. (02)735_8449.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