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도쿄돔의영웅] (하)정상을 지키는 법
기사입력 1998년 05월 12일 15시 15분
"야구가 즐거워 죽겠어요."
자신이 하는 일이 마음먹은 대로 척척 이뤄지고, 한-일 양국 수천만명의 팬들이 자신의 능력과 인기를 인정해 준다.
`젊은 거인' 조성민은 요즘 "나는 행복한 사람∼"의 콧노래를 연신 불러 젖힌다.
힘들었던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이 이젠 가뿐하고 빨리 마운드에 오르고 싶어 좀이 쑤실 지경이다.
신바람 4연승（무패）, 그 가운데 완봉과 완투승이 1차례씩.
센트럴리그 승률 공동 1위（1.00）에 다승 방어율（1.38） 탈삼진（40개）은 각각 2위로 `꿈의 4관왕'을 노리게 됐다.
이제 조성민은 일본 야구팬의 70％가 응원하는 최고인기팀 요미우리의 에이스, `제1 선발'이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니 유명해 졌다는 영국 시인 바이런처럼 하루아침에 슈퍼스타가 된 조성민은 꿈인지 생시인지 자신의 뺨을 꼬집기도 한다.
조성민은 원래 선발을 원했으므로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쉬워졌다.
위기상황에서만 등판하는 마무리보다 마음이 편하고, 한번 던진 뒤 4∼5일간 등판을 안해 생활이 무척 편해졌다.
베테랑 선수들은 선발로 나간 다음날 운동장에 나오지 않고 휴식을 취하지만 아직 팔팔한 조성민은 쉬는 것보다도 러닝이라도 하면서 몸을 푼다.
러닝은 던진 다음날 장거리부터 시작해 점차 거리를 줄이는 패턴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던진 이틀뒤부터 시작해 근육을 조인다.
물론 지난 3월 가와사키의 합숙소에서 구단이 마련해준 다카나와의 맨션으로 독립한 뒤 어머니 유영숙씨가 함께 머물며 뒷바라지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매스컴의 관심과 팬레터도 늘고 있고, 무엇보다 공공장소에서 그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이 급증한다는 것.
예전에는 아가씨 팬들에게 인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악수와 사인, 촬영공세에 시달린다.
그만큼 조성민은 거인군의 에이스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요미우리 나가시마감독은 지난 9일 조성민이 1실점 완투승을 거둔 뒤 마운드를 "조성민 중심으로 운영할 것"을 공식 천명했다.
이는 조성민이 구와타, 갈베스에 이은 `제3의 선발'에서 마침내 간판 투수로 자리잡았음을 증명해 주는 것.
일본 주요 해설가들도 방송과 지면을 통해 조성민의 성장을 칭찬하기에 바쁘다.
위력있는 직구, 예리한 컨트롤, 포크볼의 각도 등 기술적인 면도 그렇지만 공격적인 피칭과 상대를 압도하는 자신감, 즉 정신적인 기백을 으뜸으로 추켜 세운다.
세이부 전성시대의 감독이었던 모리（NHK）, 요미우리 에이스출신 에가와（니혼TV）, 작년 요미우리에서 은퇴한 미즈노（후지TV） 등은 "조성민을 선발진의 축으로 하고, 다른 투수들의 로테이션을 재편성하는 것이 우승의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현재 최상의 구위와 컨디션으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지만 `현미경 야구'의 일본에서 약점 분석이 이뤄지고, 한여름에 체력이 떨어지면 한두번쯤 위기가 찾아올수 있다.
한번 무너지면 자신을 추스릴수 있는 경험과 관록이 부족한 것이 조성민의 약점이다.
언젠가는 찾아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이 정상을 지키는 법이다.[끝]
[도야마＝이준성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