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브레이크 없는 '현대호' 9인의 이모저모
기사입력 1998년 05월 12일 15시 15분
지난해 6위 현대가 웬일?
4월 승률 6할6푼6리（10승5패）.
5월의 패전은 딱 한차례, 이후 성난 파도같은 8연승.
"달라졌다"고 말들이 많고, "지켜보자"고 얘기들 한다.
"변수많다"는 비판도 들끓었고, "그래봤자 현대…"라는 깎아보기도 만만찮았다.
개막전의 무수한 군소리를 쓸데없는 걱정으로 돌리고, 현대는 시즌 초반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유니콘스 돌풍의 핵을 지킨 9명의 얼굴을 골랐다.
▲여우 감독 김재박
여우의 꾀에 참고 믿는 뚝심까지 갖췄다.
직접 글러브를 챙기고, 선수들과 함께 치고 던지는 행동파.
목소리 톤은 한단계 낮추고, 작전은 줄였다.
"감독이 나설 일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김감독의 `작은 정부' 작전에 선수들은 신나는 8연승으로 화답했다.
외국인 선수, 트레이드 새얼굴, 신인 주력멤버 등 유난히 외풍이 많은 98년의 현대를 김감독은 짜임새있게 엮어내고 있다.
▲꾀돌이 단장 김용휘
지난해 4월초 아마 현대 문동환（95년 롯데 1차지명）의 지명권을 파는 기발한 발상으로 롯데 톱타자 전준호를 데려왔고, 스토브리그를 뒤흔든 `9억 쇼크'로 작년 11월 포수 박경완을 모셔온 주인공.
말은 많았다. 그러나 탈은 없다.
"안되는 일은 없습니다. 안되는 생각이 있을 뿐이지요."
현대식 불도저 경영을 실천하는 공격적인 프런트.
아직까지는 분명히 `현대의 힘'이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
▲안방마님 박경완
`9억원'의 어마어마한 몸값,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팀방어율을 2점대로 틀어막은 최고 안방마님.
6홈런（4위） 17타점（7위）을 휘두른 공포의 1할타자.
싹 달라진 타선과 잔뜩 힘이 실린 마운드, 선수들은 한결같이 박경완에게 공을 돌린다.
특히 고졸신인 김수경과 3년생 최원호의 성장은 `박경완 파워'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
▲`명퇴'물리친 이명수
작년과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최선을 다한다"는 짤막한 대답.
시즌 초반 타격 전부문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으며 지난해말 OB에서의 방출 설움을 훌훌 떨쳐 버렸다.
하위타선에 도사린 `화약고'.
결승타, 동점타가 많은 알짜배기 타격과 안정된 2루수비로 공수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마운드의 핵 정민태
4승을 일군 변치 않는 에이스.
4월11일 LG와의 개막전（잠실）에서 1안타 완투승으로 시즌 테이프를 끊은 이후 쾌속 질주중.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 80㎞대 초슬로커브에다 싱커까지 더한 국내 최고의 구위.
`꿈의 20승'에 도전하는 정민태는 "지난 92년 데뷔후 첫 골든글러브를 노려보겠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는다.
▲괴물타자 박재홍
겨울훈련의 절반을 걸렀고 개막 첫달의 페이스는 들쭉날쭉 했지만, 박재홍은 이내 제자리를 찾았다.
4월말부터 슬슬 감을 잡았고 5월에 들어서면서 홈런（7）과 도루（9） 부문의 동시 선두에 나섰다.
박재홍이 버티는 중심이 살아나면서 현대의 연승 질주가 시작됐다.
괴력의 스윙은 성적과 기록은 물론, 팀 분위기까지 뒤흔든다.
▲깜짝 신인 김수경
김수경은 예쁘다.
곱상한 외모, 앳된 목소리와 나긋나긋한 성격.
포수 미트에 시원스레 꽂아넣는 씽씽투와 5차례 선발 등판서 팀에 모조리 승리를 안겨다준 완벽한 `행운'까지.
그를 지켜보는 코치진의 입에선 "고것 참 예쁘다"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2승무패, 탈삼진 선두（36개）.
`신인이 날면 팀이 산다'는 속설을 입증한 깜짝스타다.
▲화끈한 3루 김경기
`나 구멍 맞아?'
시즌 개막전 현대를 최강 전력으로 꼽지 못했던 사람들은 으레 김경기가 지키는 `3루 불안'을 입에 올렸다.
그러나 실책보다 성실함이 두드러지는 그의 맹활약은 현대를 거침없는 선두로 이끌었다.
3할1리, 12타점을 때려낸 타격도 만점.
`인상만 써도 분위기가 잡히는' 주장으로 선수단의 구심점이 된 공도 크다.
▲시원한 4번 쿨바
국산 애용자들에게 한방 먹인 후끈후끈한 수입포.
잠잠하다가도 투수가 한눈을 판다 싶으면 폭풍처럼 홈런을 휘몰아친다.
최근 17경기서 안타를 뽑지 못한 경기는 두차례 뿐.
화려하기 보다는 묵직한 활약, 꾸준한 페이스가 믿음을 더한다.
"팀 우승이 곧 나의 영광"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쿨바의 올해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치켜 들며 최고 외국인선수의 자리에 오르는 것.
[이승민 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