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찬호 광역단체장 출마?
기사입력 1998년 05월 12일 15시 15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박찬호의 `선거유세 차량'이 서울에 등장했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박찬호 정계입문설' `박찬호 은퇴설' 등 근거없는 소문까지 꼬리를 물고 있는 실정.
그도 그럴 것이 1t 트럭의 적재함을 개조한 유세차량은 영락없는 `박찬호 후보'의 이동 선거 캠프를 방불케 한다.
박찬호의 큼직한 사진과 함께 `새정치 국민회의 광역단체장 기호 2번 박찬호'라는 플래카드가 선명하게 나붙어 있다.
그 밑에는 `선택하십시오! 우리의 일꾼 박찬호' `우리 지역의 일꾼 21C를 달려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다.
하지만 이 유세 차량은 선거 기획 전문업체인 （주）가람 엔터프라이즈가 6.4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만든 선거 홍보물의 견본.
후보자들에게 `우리 회사의 유세차량을 이용해보라'는 것이다.
지난 8일 국민회의 서울시장 후보 선출 대의원 대회가 열렸던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앞.
"어, 박찬호가 언제 우리 당에 입당했지."
"박찬호가 시장 후보에 나섰나…."
대의원들은 놀랍고도 반가운 표정으로 유세 차량 주위로 모여들었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 역시 어리둥절해 하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은 차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는 폭소를 터뜨렸다.
이 회사의 오상근이사（35）는 "선거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이 필요로 하는 유세 차량의 견본품을 선 보인 것"이라며 "박찬호를 모델로 활용하면 눈길을 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처럼 대단할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 했다.
이 회사는 모델 선정과 관련, 현역 정치인이나 인기 연예인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현역 정치인은 가장 좋은 `모델감'이지만 자칫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인기 연예인은 홍보효과는 만점이나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박찬호로 전격 교체됐다는 후문.
이 회사는 이런 `박찬호 판촉'에 힘입어 현재 40여건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다.
임대료는 1t 트럭과 운전기사를 20일간 빌리는 데 300만원선.
마이크와 앰프, 조명 시설 등을 추가하면 700만원선에 이르지만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선거 운동을 앞두고 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초상권 침해 소지를 막기 위해 평상시에는 커튼으로 가리고 다닌다"고 귀뜸했다.
[강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