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서세원의…'] '마을주민 모두 토인됐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2일 15시 15분
"자, 할아버지는 이쪽, 할머니는 저쪽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아, 저기 머드팩 안 바른 아줌마는 빠지세요!"
현장지휘를 맡은 이동규 PD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개그맨 최성훈도 바람을 잡느라 바쁘다.
출연자(?)들도 따가운 초여름 햇살 아래 얼굴에 머드팩을 덕지덕지 바른 채 주문에 따라 열심. 처음 카메라 앞에 서본 것 치고는 연기가 프로 뺨친다.
지난 8일 충남 보령시 남곡동의 한적한 마을. 시군 통합으로 시에 편입되기는 했지만 전형적인 시골의 풍광을 간직한 이곳이 동네잔치라도 열린듯 갑자기 왁자지껄해졌다. SBS TV `서세원의 좋은 세상만들기'의 인기코너 `고향에서 온 편지'팀이 들이닥친 것.
이날 촬영의 하이라이트는 동네 사람들이 총출동해 이 고장 특산물인 천연 머드팩을 선전하는 `우리 마을 CF'.
남녀노소 모두 참가해 얼굴에 머드팩을 바르고 "보령 머드팩이 최고여!"를 갖가지 상황에서 외친다는 시나리오. 처음엔 쑥스러워 바르지 않으려고 몸을 빼던 마을 사람들도 시간이 좀 흐르자 재미있다며 서로 바르겠다고 난리다.
결국 최고령 강선기 할아버지(90)부터 네살바기 수영이까지 모두 얼굴이 검정색으로 변했다. 통장님, 부녀회장님, 노인회장님 등 마을유지들도 몽땅 토인이 됐다.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통통한 몸매를 자랑하는 수영엄마, 술한잔 걸쳐 기분이 좋은 김씨 아저씨 등 모두들 연출진의 잦은 `NG' 소리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이리저리 뛰며 즉석 연기를 펼친다.
프로그램 진행이 정해진 대본 없이 즉석 아이디어에 의해 결정되는 게 많아,이날 역시 소와 강아지까지 팩을 바르는 수모(?)를 겪은 뒤 두시간여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촬영이 끝나기도 전에 최성훈의 팔을 끌며 "이제 씻어도 되유?"라고 채근하는 아주머니, "이거 정말 방송되는 거 맞지유?"라고 물어보는 할머니, "이거 편집에서 다 짤려"라며 짐짓 알은 채를 하는 통장 아저씨, 모두들 순박한 우리네 시골의 얼굴이다.
이상훈 PD는 "마을 어른들이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고마울 뿐"이라며 "2박3일간 촬영을 끝내면 정이 들어 떠날 때 섭섭하기 그지없다"고 말한다.
`서세원의 좋은 세상만들기' 보령편은 30일 방송된다.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