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밀착데이트] 현대 박재홍의 꿈을 쫓아서
기사입력 1998년 05월 11일 16시 34분
'틱'하고 빗맞힌 공이 투수앞에서 크게 튀었다.
2루수가 허겁지겁 달려왔지만 그의 뜀박질을 따라잡진 못했다.세이프,행운의 내야안타.경기가 끝나고 광주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운이 좀 따라줬어요"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니가 열심히 뛰어서 살았다.발이 빨라서 안타가 된거야."
그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요행은 없다.내가 발이 빨라서 안타를 만들었다.'
현대 박재홍(26).
지난 96년 한국 프로야구 15년 역사책에 처음으로 '30(홈런)-30(도루)'클럽 가입의 큰 이름을 적어 넣었던 타자.
2년 연속 20-20을 달성했고 이제 프로 세번째 시즌을 홈런-도루 동시 1위의 힘찬 용틀임으로 열고 있다.
스물넷에 들은 이름 '광주일고가 낳은 3명의 야구천재'
선동열 이종범(이상 주니치)그리고 박재홍.그러나 선동열도,이종범도 그의 나이엔 얻지 못했던 찬사."박재홍은 달라요"정상이 아니라는 말인지,너무나 비범하다는 칭찬인지 그의 동료들은 그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달라요.저마다 한가지 이상씩은 특이해요." 담담하게 되받는 박재홍이지만 가까이서 보는 그는 정말 다르다.
한없이 통통 튀는 것 같다가도 크게 다친적이 없고 유난히 슬럼프도 기억하지 못한다.
누구는 타고 났다고 부러워하지만 박재홍은 "남들 두다리 뻗고 잘때 이 악물고 스윙했다"고 털어놓는다.
어릴때 부터 그랬다.갖고 싶은게 있으면 악착같이 용돈을 모아 꼭 사고야 말았다.
작년까지 사람들은 3년선배 이종범과 그를 툭하면 비교했다,이제 선배가 훌쩍 일본으로 떠난 마당.
"후배랑 비교될때 종범형이 서운했겠죠.그런데 형이 없어지니까 제가 섭섭합니다.올해쯤 진짜 한번 승부를 겨루고 싶었는데…."
끝장을 보는 성미다.박재홍은 언젠가 꼭 일본으로 건너가 이종범과 끝맺지 못한 승부를 펼쳐 보고 싶다.
선동열의 공도 쳐보고 싶다.두 스타가 그가 진저으로 존경하는 선배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멋있는 선수로 남고 싶어요.그냥 야구 잘하는 선수 말고." 토니 그윈(샌디에이고)은 82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통산 3할4푼을 때렸지만 '배팅 머신'의 별명밖에 얻지 못했다.
진짜 영웅을 꿈꾸는 박재홍은 '테크니션'의 이름에는 만족할수 없다.프로 첫해에는 야구와 자신밖에 몰랐다.
해가 지날수록 팀이 보이고 동료가 보이고 선배도 눈에 들어오더니 "이제 후배까지 어른거린다."고 말한다.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도인처럼 그저 웃는다.결혼은 2년쯤 지나면 하고 싶다고.여자보다 남자팬이 많다는 말에 샐쭉하더니 "역시 남자들이 야구를 깊이 본다"는 '뻔한 논리'를 늘어 놓는 어쩔수 없는 젊은 남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