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청파를 최고의 명마로 만들겠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1일 15시 01분
"`풀그림'과 꼭 한번 붙어야 되는데…."
`말타면 경마잡히고 싶다'고 했던가.
10일 과천 서울경마장에서 열린 제9회 스포츠조선 대상경주에서 우승마 `청파'를 조련한 최혜식 조교사（50）.
스포츠조선배를 거머쥐고도 얼굴 한구석에는 불만스런 기색이 남아 있었다.
스스로는 `청파'를 최강으로 여기고 있지만 지난해 그랑프리대회에서 `풀그림'에게 우승을 빼앗기는 바람에 경주마 서열이 언제나 `풀그림'에 뒤져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파'는 3위.
"올들어 한번도 싸우지 않았지만 하루 빨리 맞붙어 진정한 승자를 가리고 싶습니다."
그가 `최강 타이틀'에 애착을 갖는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불세출의 기수이자 조교사였던 아버지（최일선·74년 작고）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다.
"고교 졸업후 기수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고 경마와 동떨어진 연예계로 나갔거든요. 철없던 그 시절의 죄책감을 떨칠 수가 없어요."
그는 2년간 드럼연주자로 `이름'을 날렸다. 이 덕분에 아직도 `경마계의 가수'로 통하는데 당시에는 음악보다는 `음주가무'에 빠지는 날이 많았다.
아버지의 권유로 지난 69년9월 뒤늦게 기수가 됐지만 아버지 밑에서 활동하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져 `3류 기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조교사가 되던 날（84년4월）부터 술과 담배를 딱 끊고는 "이것만은 1류가 되자"고 마음을 단단히 고쳐 먹었다.
그로부터 9년뒤인 지난 93년 `대견'이라는 명마를 길러내며 `가문의 명예'를 되살렸다.
그러나 `대견'이 부상으로 96년부터 정상의 자리에서 밀려나자 `후임'으로 `청파'를 길러냈는데 아직도 랭킹 1위 자리를 뺏지 못하고 있는 것.
그는 현재 50명의 조교사중 승률 3위（12.7％）에 올라 있다.
그러나 그의 외모에서는 조교사 특유의 승부욕을 느낄 수 없다.
서부영화에서나 어울릴 법한 카우보이 모자와 진바지, 그리고 부츠.
그탓에 경마팬들은 그를 `과천의 멋쟁이'로 부른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