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1년만에 초고속 '비상'
기사입력 1998년 05월 11일 15시 01분
인기 그룹 `스피드'( SPEED)의 열렬한 팬들이다. 스피드-문상훈 안준일 김남주. 상훈과 준일은 둘다 열일곱살로 여의도고 2년. 남주는 열여덟살. 충암고 3.
팬들은 스피드에게 편지나 메모를 남기기도하고 직접 선물도 전한다.
"다이어리북을 받았다.'(남주)
"여러 선물중에서도, 장미꽃 백송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승훈)
편지나 메모는 `지애를 꼭 기억해 주세요.'식의 읍소형이 주류.
이따금씩 `너는 내꺼야. 알고보니 같은 학년이었어' `나는, 네게 올가미 사랑을 보낸다.'는 등.
언젠가는 `스피드'란 낱말을 넣은 3행시도 있었다－스피드가 나타났다. 피땀흘린 결과겠지. 드센 우리 가요계에 멋진 도전장을 던졌다.
스피드는 97년 4월에 탄생. 이어 9월 `비상(飛翔)'을 타이틀 곡으로 한 1집 앨범을 냈다.
`선택했던 것이 고작 이런 것이었나... 여긴 니가 찾는 자유라는 것은 없어...그 누가 없어진 나를 찾겠어/없어진 날 위해 누가 울어 주겠어...'
`비상'은 직선적 락비트와 힙합의 크로스오버곡. 좌절, 분노, 그리고 자살의 유혹에 둘러싸인 10대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다.
스피드는 매일 8시간쯤의 연습을 한다. 사생활은 저당잡혔다. 교통비를 포함, 하루 용돈은 3천원 안팎.
어쩌다 운수가 대통한 날, 셋은 문정동이나 한남동 등에서 쇼핑을 한다. 티셔츠나 엑세서리 등을 즐겨 산다. 떡볶이, 스낵류(특히 `자갈치'), 피자 등은 군것질 우선순위에 꼽힌다.
영화를 본다. `인디펜던스 데이' `스피드 1.2' 등은 기억에 남는다.
`(귀)염둥이'-남주, `먹보'-승훈, `개구리'(눈이 크다고 붙여진 별명)-준일은 모두 서울 태생.
승훈과 준일은 윤중초등학교때 부터 단짝. 둘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녹화비디오를 보며 가수에의 꿈을 키웠다.
남주는 고1때 이미 락밴드에서 활동할만큼 음악성이 뛰어 났다.
셋은 헤어스타일도 각각이다. 남주는 평범형, 승훈은 번개형, 준일은 협객형이다.
"첫무대는 너무 벅찼다. 스포트라이트가 달려들면 시선처리가 어려웠다. 펜들만 쳐다 보면, 이내 PD선생님의 호통이 떨어 진다. `야, 니들, 뭐하는 거냐? 살자는 거냐, 죽자는 거냐?'... 이제 40번 가까이 무대에 서다보니 그런대로 요령도 생겼다."
리허설때, PD에게 찍혔다간 끔찍한 고문(?)이 가해진다.
"통상 한무대가 3분40초 가량 걸리는 데... 우리 음악은 격렬한 비트, 큰춤동작이 곁들여져, 끝나면 파김치가 된다. 이걸, 두세번 반복하게 하는 데, 지옥이 따로 없다."
구제금융의 한파는 연예계에도 에누리없이 닥쳤다. 인기 앨범이 몇십만장씩 나가던 시절은 한갖 전설이 됐다. 가수들의 무대도 엄청 줄었다.
스피드의 이이배 메니저(34)는 말한다.
"이젠, 몇개월 사이에 인기가수가 급조되는 시대는 아니다. 그동안 가수세계도 구조조정이 절로 되고 있다. 이젠, 실력있는 가수만이 살아 남을 수 밖에 없다."
스피드. `살아남는 가수'이고 싶다.
[서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