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도쿄돔의영웅] (상)슈퍼스타 되기까지
기사입력 1998년 05월 10일 15시 26분
우뚝 섰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인기팀의 선발 에이스－.
한국 프로야구를 전혀 경험하지 않은 채 현해탄을 건너 2년반만에 일궈낸 성과다.
요미우리 `젊은 거인' 조성민（25）.
이제 그는 진정한 프로가 됐고, 찬란한 태양처럼 슈퍼스타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개막이후 무패, 4연승.
다승 방어율（1.38） 탈삼진（40개） 승률 등 선발투수에게 주어지는 모든 타이틀에서 팀내 수위에 센트럴리그 3위안에 들어있다.
그러나 올시즌 조성민이 거두고 있는 대성공의 뒤안길에는 1년반에 걸친 남다른 고뇌와 설움, 노력과 투혼이 알알이 뿌려져 있다.
지난 95년 12월, 조성민은 국가대표 에이스의 후광을 업고 일본 최고의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전격 입단했다.
계약금 1억5천만엔, 연봉 1천200만엔에 8년 계약.
군문제가 해결된데다 미래의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다년 계약을 맺은 것.
그러나 96시즌 조성민은 높은 프로의 벽을 실감했다.
사이토 마키하라 등 일본을 대표하는 투수들이 즐비한 데다 대만 프로야구에서 뛰다 새로 입단한 도미니카출신 갈베스가 단숨에 16승（다승 공동 1위）을 거두며 맹활약, 시즌 내내 2군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1군 시범경기에서 몇게임 던질 기회를 얻었지만 난타를 당한 뒤 도쿄 한복판 아카사카의 한국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먹다 자신을 돌봐주던 손덕기 한국담당과장과 부둥켜 안고 엉엉 울기도 했다.
신인은 가와사키의 합숙소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팀 규정에 따라 매일 엄격한 생활과 훈련을 계속해야 했다.
하반신을 이용한 투구를 위해 하체 단련의 특명을 받고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땀을 쏟았다.
97시즌에는 아예 스프링캠프도 2군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육체적인 어려움보다 더욱 괴로운 것은 심리적인 갈등.
고국 언론들은 같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선배 선동열（주니치）, 동기생인 박찬호（LA다저스）와 줄곧 비교했다.
자신은 실력이나 성적이 아닌 외모나 기대도만으로 평가됐다.
조성민은 작년 7월4일 팀의 마무리 투수 부재를 틈타 1군 등록의 기회를 잡았다.
거인군의 주전 스토퍼로 후반기에만 22경기에 나가 1구원승 2구원패 11세이브, 12세이브포인트에 방어율 2.89의 수준급 성적을 냈다.
그러나 박찬호 선동열에 비하면 초라하기만 했다.
박찬호는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고, 한국 프로야구의 `국보'인 선동열은 일본 시즌 최다세이브（38） 기록을 작성했다.
시즌뒤 화려한 귀국 행사에 카 퍼레이드를 한다, 장학금을 전달한다, 전국이 들끓었다.
조성민은 이를 악물었다.
나가시마감독으로부터 체중 100㎏을 넘지 말라는 엄명을 받은 조성민은 하루 두끼만 먹었다.
저녁 6시이후에는 물 외에는 완전 금식.
아침을 먹지 않은채 고픈 배를 움켜쥐고 훈련하기도 했다.
박찬호가 마이너리그 시절 `눈물젖은 햄버거'를 말했지만 햄버거 조차 먹지 못하는 조성민의 애환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세상은 성공한 사람과 성공했던 사람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조성민도 이제 찬스를 잡았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에 입단 3시즌만에 당당한 거인군의 에이스로 떠오른 것이다.
[이준성=도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