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럽인도 배워야 할 매우 아름다운 문화'
기사입력 1998년 05월 10일 15시 25분
지난 1∼3일 독일 베를린 세계문화회관에서 공연된 극단 연희단거리패(대표 이윤택)의 `오구'와 `햄릿'에 대해 현지 언론들이 연일 찬사를 보내고 있다.
베를린의 양대 일간지인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는 `죽은 후에도 조용하지 않다', 타게스슈피겔은 `영혼의 호흡'이라는 제목의 리뷰를 싣고 한국 전통극과 서구 고전의 샤머니즘적 해석에 큰 관심을 보였다.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는 종합적으로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단한 작품들이다. 유럽인들이 동양의 무속의식을 이해하기 힘든, 신비적 요소가 가득한 음침한 의식으로 생각했다면 이번 공연으로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오구'(이윤택 작, 연출)가 대사와 연기, 음악, 노래, 춤을 도구로 사용해 관객들이 직접 연극에 참여하도록 한 것에 대해 "유럽연극이 그리스 시대부터 지켜온 각 예술분야의 독립성을 한국연극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작품과 관객과의 교감에 관심을 보였다.
유럽 현대연극이 배워야 할 좋은 요소가 많았다는 결론이다.
독일인들에게도 익숙한 `햄릿'(셰익스피어 작, 이윤택 연출)은 샤머니즘적인 해석으로 주목을 끌었다.
햄릿이 죽은 선왕으로부터 살해의 비밀을 전해듣는 장면, 꽃을 들고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오필리어의 기이한 삶이 특히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는 한국적 연기술과 무대장치, 가면 등에 주목했다. "한국 고유음악과 유럽의 고전음악이 하나로 융화되어 격하고 감정적인 시를 읊게 하고 있다"며 "매우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무대를 보여주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
타게스슈피겔은 "이윤택이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샤머니즘을 매개로 새롭게 각색, 다양한 영적 존재들의 만남으로 표현하고 있다"면서 "햄릿이 영화에서처럼 총과 삽, 군도를 재빠르게 사용, 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고 분석했다.
배우들이 감정의 변화를 놀랍도록 잘 표현해 내고 있다고 연기를 칭찬하기도 했다.
이어 "연극이 끝난 후 객석에서는 폭풍우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고 전하며 "유감스럽게도 한 번 밖에 공연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베를린＝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