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34)

기사입력 1998년 05월 08일 14시 39분


급회전했던 다른 한대는 다시 곤두박질을 쳤는데 이미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으므로 먼저 떨어졌던 비행기와 거의 동시에 화면에서 사라졌다.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하마니가 웃음띤 얼굴로 모하메드를 바라보았다.

"모하메드씨, 어떻소?"

"훌륭합니다. 하마니씨."

모하메드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자신도 모르게 무섭게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계산을 하지요. 하마니씨."

"아니. 잠깐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지한 하마니가 모니터 앞에 앉은 사내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이 장치는 지상전에도 이용이 됩니다. 물론 공중에서처럼 선별 제압은 안되지만."

하마니의 눈짓을 받은 사내가 다시 모니터를 조정했는데 이번에는 좌우의 폭만 두줄의 사선으로 쏘았다.

하마니가 스스로 손을 뻗어 붉은색 버튼을 눌렀다.

"이제 앞쪽 10㎞ 전방에 있는 모든 컴퓨터 기기는 기능이 정지되었소."

"…."

"아마 우리를 추적해온 놈들의 컴퓨터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을거요."

정색한 하마니가 모하메드를 바라보았다.

"우린 이곳을 떠날 시간을 벌었소. 모하메드씨, 장치를 세번만 누르면 10여분을 벌테니까 말이오."

"왜 더 난단 말입니까?"

눈을 크게 뜬 모하메드가 묻자 하마니가 뱉듯이 말했다.

"사드가 우릴 쫓고 있소. CIA와 일본 정보국에서도. 자, 갑시다."

사내들이 서둘러 장비를 챙겼고 방안으로 칠팔명의 사내들이 몰려왔다.

하마니의 옆으로 다가선 한 사내가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하마니가 이를 드러내고 소리없이 웃었다.

"이거, 어떻게 된거야?"

사드가 주먹으로 모니터의 윗부분을 내려쳤으나 화면에는 수많은 글자들이 나타났다가 번쩍이며 빗금이 그어졌다.

"빨리 고쳐！"

사드가 악을 썼다.

대형 트럭의 컨테이너는 기계장치로 가득 메워져 있었는데 트럭은 운행을 멈춘 상태였다.

사내 하나가 땀으로 범벅이된 얼굴을 들었다.

"장치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면 내 눈에 이상이 있다는 거냐?"

성큼 다가가 사내의 얼굴을 후려친 사드가 무전기를 들었다.

"2호차 앞에 무엇이 보이는가 말해라."

"바닷가에 별장이 십여채 늘어서 있습니다. 보스."

"위성전송이 끊겼다. 별장을 모두 수색해야겠다."

"모두 말입니까?"

놀란듯 사내의 목소리가 팽팽해졌다.

"보스, 그렇다면 시간이."

"닥쳐！ 이 자식아！ 첫집부터 수색해！"

무전기를 던진 사드가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모니터와 컨테이너 안의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어서 고쳐라！ 고치지 못한다면 네놈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야！"

CIA만 위성장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드는 오히려 피터슨의 밴에 장착된 장비보다 더 신형인 위성송신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마니의 저택을 탐지한 사드는 저택을 떠나는 일단의 차량들을 위성추적장치에 일임해 놓았다.

고성능 컴퓨터는 하마니가 들어간 바닷가의 별장을 생생하게 전송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마치 눈알을 뽑힌 기분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