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숨어있던 끼 발견 나도 놀랐어요'
기사입력 1998년 05월 08일 14시 39분
오늘은 넘어지고 내일은 깨진다. 온몸이 멍 투성이다.
무대로 가는 길은 왜 이리도 가시밭길인가.
사랑도 안풀린다. 몸과 마음을 바칠 준비가 다 돼있다.
그런데도 그 잘난 사내는 끝내 얼음처럼 차갑기만 하다.
엉뚱한 똘만이 같은 녀석 하나만 강아지처럼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래도 좋다. 즐겁다. 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비참한 젊은이지만, 허구의 밖으로 나오면 그저 신나고 기쁘다.
누구지? 아, 맞아, 춤꾼 홍난희!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던 사람들이 이제 알아보기 시작한다.
SBS TV 드라마 스페셜 `내 마음을 뺏어봐'(극본 배유미, 연출 오종록)에서 가난한 뮤지컬배우 지망생 홍난희로 열연중인 탤런트 김은정.
불과 몇초간 방영될 뿐인 신을 촬영하기 위해, 길면 일곱 시간이나 온몸을 흔들어댄다. 속옷까지 푹 젖어버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살 빠지는 소리.
대본에 춤추는 신이 나온다? 그러면 또 죽었구나 하고 겁부터 난다. 게다가 오종록PD는 소문난 완벽주의자 아닌가.
이래저래 `적당히'는 아예 꿈도 못꾼다. 에라, 오늘도 퍼런 멍 서너개는 내 것이다!
"캐스팅이 되자마자 춤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재즈댄스 학원을 다니면서 맹연습을 했죠."
처음엔 팔다리가 `자유주의'를 외치며 제멋대로 놀았다. 막막했다.
그런데 연습을 거듭하다보니 어디 숨어있었지 `끼'가 마구마구 분출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신통방통이었다.
요즘 극중에선 누드모델 한재석이 마침내 김남주한테 사랑을 고백했다. 화나고 슬프고 외롭다. 그래서 지난 6일엔 가우역의 조상기와 홧김에 키스까지 했다.
왜 자꾸 한재석과 어긋나는 것일까.
"서로 너무 닮지 않았나요. 좀 칙칙하고 우울하고. 남녀란 그렇게 너무 닮은꼴이면 안되는 모양이죠. 한재석과는 `묘한 친구' 관계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 밖에선 한재석같은 `폼돌이 캐릭터'가 정말 싫다.
"저는 폼잡거나 `척'하는 남자를 싫어해요. 뺀질이같은 미남도 싫어요. 왕자병 환자? 으악이죠. 전 따뜻하고 유머감각이 있는 남자가 좋더라구요."
27세. 옆에 있는 사람들이 `결혼 적령기' 어쩌구 하면서 자꾸 결혼 애기를 꺼낸다.
아닌게 아니라 좋은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하고 싶다.
용기 있으면 누구 한번 나와봐! 누가 와서 한번 `내 마음을 뺏어봐'!
[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