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세상은 넓고 할일은 너무 많아요'
기사입력 1998년 05월 07일 14시 54분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는 화장품 CF의 묘한 매력이 강하게 남아 있던 그녀가 이젠 제법 변신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MBC TV 월화드라마 '세상 끝까지' 에는 '착한' 김희선 외에도 또 한명의 청순 가련한 여자 김선아가 있다.
한껏 선해진 눈매와 차분해진 음성은 그녀에게선 연상되지 않던 모습.말을 더듬는 언어장애인으로서 이종수(재석)를 묵묵히 사랑하는 배역이 그녀에겐 조금 낯설긴 하지만 결코 어색하지 않다.
"대사가 적어 답답할 때도 있어요.하지만 연기의 새로운 세계를 접해 보는 것 같아 흥분되요."
MBC TV 오락프로 '오늘은 좋은날'의 '울엄마'에서는 백치미가 철철 넘치는 코믹연기도 선보이고 잇따 정통 드라마에서 가련한 배역을 맡고 있으면서 코미디프로에도 출연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결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개그맨들과 같이 서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도 그녀만의 묘한 매력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어 구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녀가 이제는 라디오 프로들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는 사실은 더욱 특이하다.
언제부턴가 MBC FM '이소라의 디스크쇼' KBS 2FM '궁선영의 가요광장'등에서 시청자의 사연을 한두줄 소개하는가 싶더니 어느덧 MBC AM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는 아예 혼자서 1시간짜리 코너를 차지하고 들어섰다.
달변은 아니지만 솔직한 감정 표현이 라디오 청취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프로 관계자의 귀띔.
TV와 라디오 만으로도 무대가 좁다고 생각해서일까.얼마전에는 가수 윤오와 함께 '세상 끝까지'란 곡을 취입.또 다른 면모를 선보이고 있는 그녀다.
"며칠전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를 당한 뒤 오른쪽 팔과 목이 불편해 걱정이에요.1주일 내내 방송스케쥴이 잡혀 있는데다 새 작품도 곧 시작되는데…"
그녀는 최근 6월초부터 방영되는 KBS 2TV 미니시리즈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순수한 영혼을 가진 소매치기 '마리'로 캐스팅됐는데 이는 데뷔 1년만에 주연자리를 꿰찬 것이어서 주위를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빡빡한 스케줄에 병원까지 다니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그녀.벌써 찾아온 여름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시원해 보인다.
[서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