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동아리] 작은꿈 실어올릴 '아름다운 비행'
기사입력 1998년 05월 07일 14시 26분
"아이 엠 플라잉（IMF）"
항공대학생 16명이 어려움을 딛고 국내 처음으로 100％ 자작 금속제 비행기를 만들어, IMF시대의 낙담한 기성 세대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켜주고 있다.
항공대학교 항공기제작연구회 소속 16명의 대학생들이 제작한 비행기 `X_4'호는 겉보기로는 1인승 초경량항공기（ULP）같지만, 뼈대로 본다면 꼬마 전투기를 닮은 경비행기이다.
게다가 금속（알루미늄） 기체에다 세미모노코크, 프로펠러 저익기로 일반 비행기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X-4호의 총 중량은 225㎏, 실속 속도는 시속 65㎞（순항속도 160㎞）이다.
이들 항공대학생들이 `X-4'호 제작에 뛰어든 것은 지난 해 3월.
비행기 도면 설계, 엔진（로택스503）마운트, 랜딩기어 부착은 물론 날개와 몸통까지 죄다 망치로 두들기고 용접기로 때워가며 직접 만들었다.
초경량항공기는 보통 2천만원쯤의 제작비가 들지만, 이들 학생들은 초경량항공기보다 몇수 위인 경비행기급을 만들면서도 1천300만원만 썼다.
학교 지원금은 700만원. 나머지 600만원은 용돈을 털어 자재를 사모았다.
대부분 난생 처음 비행기를 만드는 학생들로선 처음부터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하나를 만들면 다른 하나가 어긋나는 등 연거푸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었다.
주요 부품구입을 도맡아 해주던 한국항공산업의 오상영 사장이 지난해 여름 불의의 비행사고로 운명을 달리하면서 일은 더 꼬이기 시작했다.
자재가 없어 서로 눈만 멀뚱멀뚱 뜨는 가운데, 지난 가을엔 재단 문제 등으로 수업거부사태가 일어나는 등 학내 분위기마저 급전 직하했다.
`X-4'개발팀장 최유순씨（항공기계4년）는 "비행기의 모습을 하나둘 갖추어가는 X-4를 보며 자부심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최근 6개월간은 16명이 24시간 교대로 철야작업을 했다. 동아리방에서 새우잠을 자며 하루 7천원으로 3끼를 때웠다.
16명이 500원어치 콩나물 국으로 한끼를 해결하는 마당에 200원짜리 라면은 차라리 사치였다.
항제연의 황명신 지도교수（항공기계공학과）는 "어려운 난관을 스스로 뚫고 나간 학생들의 도전 정신을 높이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X－4'는 이달말 항공대 대동제 때 꿈같은 처녀 비행을 할 예정이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