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속의 '리틀도쿄'
기사입력 1998년 05월 07일 14시 26분
"이랏샤이마세-."
경희대 앞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서면 주인이 대뜸 일본말로 반긴다.
가만히 보면 손님들까지도 일본말로 떠든다.
처음 가본 사람은 `뭐 이런 데가 다 있나'싶어 그저 눈이 휘둥그래질 뿐이다.
지난달 18일 문을 연 일본어카페 `쯔끼아우（つきあう．사귀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서울속의 일본'이다.
정부가 일본문화 개방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시선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따뜻한 정도 주려고요."
공동대표 박해룡씨（30）와 이대호씨（30）는 입을 모아 `정'을 강조한다.
쯔끼아우에 들어서면 금세 일본냄새가 난다.
벽면 여기저기에 걸린 기모노 차림의 여인네나 가부키（전통적인 민중연극） 배우의 족자들, 일본 전화카드 100여장으로 꾸민 대형 패널, 공중에 매달아 놓은 일본식 술통….
여기에 오키나와 출신의 미녀 4인조 댄스그룹 `스피드'의 싱싱한 노래가 귀를 간지르고, 군데군데 놓여진 TV에서는 일본의 드라마가 흐른다.
아르바이트생이 일본인 유학생이라는 점에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일본어 카페라고 일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덕수 사물놀이, 창, 가곡 등 우리 것들도 많다.
어쩌면 일반 카페에서 외면하는 우리 것을 이 가게에서 더 많이 다루는 지도 모른다.
쯔끼아우의 손님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눠진다.
한국인, 일본인 유학생과 교환교수, 그리고 유학온 재일교포들이다.
일본인 중에서도 고향생각이 나서 일부러 찾아오는 향수파（鄕愁派）와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학구파로 세분된다.
그들은 수시로 이곳에서 만나 얘기도 나누고, 차도 마시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술도 한잔씩 나눈다.
누구보다도 쯔끼아우를 좋아하는 부류는 재일교포 유학생들이다.
일본에서는 `조선피'가 흐른다는 죄로, 한국에서는 `반（半） 일본인'이라는 죄로 야릇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국제 미아.
적어도 쯔끼아우에서는 그들에게 피의 색깔을 묻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양국의 골 깊은 감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게 이름을 명사로 짓지 않고 동사로 지은 것도 미래를 보자는 뜻입니다."
박씨와 이씨는 격의없이 친해지는 손님들의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일본문화가 개방되는 날 쯔끼아우 식구들은 성대한 파티를 열 계획이다.
단, `서울속의 일본'으로 향하는 기성세대들의 곱잖은 시선은 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