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욱-이차만감독] 프로축구판 '싹슬이'
기사입력 1998년 05월 07일 14시 09분
"쉿, 이건 비밀인데 우리끼리만 주고 받자고."
울산 현대 고재욱 감독（47）과 부산 대우 이차만 사령탑（47）이 7일 은밀한 통화를 했다.
98아디다스코리아컵을 정복한 고재욱 감독이 축하화분을 보내준 이차만 감독에게 답례형식으로 한 전화에서 앞으로도 프로축구 우승을 번갈아 이루자고 서로를 격려한 것.
고려대 동기동창인 이들은 3년째 프로축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난 96년 정규리그인 라피도컵을 고재욱 감독이 포옹하자 이차만 감독은 지난해에 아예 3관왕의 위업으로 맞받아쳤다.
그리고 고감독은 올 개막대회인 아디다스코리아컵을 가슴에 안았다.
하지만 이들의 우승다짐에 대한 해석은 아전인수격이다.
고감독은 상승세인 현대가 대우를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속에 사실상 우승독식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감독도 대우가 올해 다시 정상정복을 하기 위해서는 현대를 물리쳐야만 하는 입장.
끈끈한 우정으로 뭉쳐진 이들이지만 승부세계에서는 냉정할 수 밖에 없는 법.
실제로 이들은 지난해 2월 호주 전지훈련에서의 연습게임조차 당초 약속과는 달리 베스트멤버를 기용하는 등 언제나 필승포석으로 일관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양팀 격돌은 거의 전쟁수준이 될 게 뻔하다.
승부에 대해서는 동상이몽인 고감독과 이감독.
하지만 표현되지 않고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우정은 뜨겁기만 하다.
[이상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