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타자 속 긁는 '포수의 입'
기사입력 1998년 05월 07일 14시 09분
모든 스포츠에서 경기중 상대 선수끼리 서로 얘기를 주고 받는 종목은 야구가 유일할 것이다.
이중에서도 포수와 타자간에 이뤄지는 `밀담'은 팽팽한 경기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또하나의 `신경전'이다.
흔히 `야지（야유의 일본말）'로 통하는 포수의 넉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야구장의 감초로 자리잡고 있다.
역대 포수중 최고의 입심은 단연 이만수（전 삼성）.
프로야구 출범초기인 80년대 초반 이만수가 타석에 선 해태 김봉연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형님, 요새 방망이가 영 신통치 않은데 혹시 부부생활에 문제 있는 것 아니요?"
순간적으로 화가 버럭 난 김봉연, 이만수 얼굴을 향해 방귀를 `부웅' 한방 먹인다.
이처럼 익살과 애교 넘치는 야유가 있는 반면 때로는 도가 지나쳐 경기뒤 드잡이까지 간 경우도 있다.
특히 인신공격성 야유는 금지조항 1호.
요즘은 야유 수준도 상당히 세련됐다.
원색적인 입담을 늘어놓기로 유명한 해태 최해식과 롯데 임수혁의 "너는 선배도 몰라보냐? 인사 좀 해라"가 그나마 심한 정도.
대부분은 투수의 구질을 들먹이며 타자의 판단을 혼란시키는 수준이다.
"오늘은 커브가 영 안오네, 다음엔 직구 줄께" 하다가 진짜 직구가 들어오면 타자는 혼란해 진단다.
OB 베테랑 포수 김태형은 타격이 부진한 타자에게 "요즘 공이 잘 맞는다고 소문났더라"며 반대로 속을 긁어놓는 고단수 스타일.
어떤 경우는 자기팀 투수를 심하게 깎아내리면서 "쟤 볼 오늘 왜 저러냐. 몸풀어, 쟤 투수도 아니야"라고 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후배포수가 선배타자에게 섣불리 야유를 놓았다가 두고두고 보복을 당하는 수도 있어 조심에 조심을 해야하는 것이 바로 포수의 `입'이다.
[김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