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야구탐구] '강팀-약팀' 구분법
기사입력 1998년 05월 07일 13시 45분
국내 최고의 포수라면 강한 어깨와 수준급 타격까지 갖춘 현대의 박경완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해태의 최해식을 떠올리면 그저 타율이 2할이 될까 말까해 팀이 우승했을때도 미미한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해태의 슈퍼스타들이 고급 제과점에 진열돼 있는 값비싼 케이크였다면 최해식은 별명대로 `풀빵'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풀빵'이 빠진 공백은 실로 컸다.
그가 4월23일부터 5월4일까지 11게임에 결장하는 동안 팀은 최하위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필자가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의 박경완과 한때 꼴찌로 추락했던 해태의 최해식을 모델로 들고 나온 의미를 이제 독자들은 알았으리라.
올해엔 여느해보다 포수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상위팀간의 전력차가 작을수록, 또 1∼2점 승부에는 포수의 투수리드, 블로킹, 송구 능력, 야구센스, 벤치와의 조화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된다.
그런데 포수가 수비도 잘하고 공격도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대개는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니 감독들의 선택이 어려워진다.
좋은 예를 하나 들어보자.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루고 있는 마이크 피아자는 미국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그는 타격이 뛰어난 선수이지 팀을 우승시키거나 동료투수들을 사이영상 수상자로 만들 수 있는 포수는 아니다.
올해 37살의 노장 포수인 찰리 오브라이언은 그와 대조적이다.
메이저리그 12년동안 통산 타율이 2할2푼2리에 불과한 그는 밀워키, 뉴욕메츠, 애틀랜타, 토론토를 거쳐 금년부터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런 노장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4명의 사이영상 투수와 배터리를 이뤘기 때문이다.
94∼95년엔 애틀랜타에서 그렉 매덕스와, 96∼97년에는 토론토에서 팻 헨트겐, 로저 클레멘스를 사이영상 수상자로 만들었다.
미국의 한 코치가 올봄 캠프때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감독이라면 피아자보다 오브라이언을 선택하겠다"고.
포수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은 경험과 부단한 노력에 의한 상대 분석, 빠른 두뇌회전이 동반되지 않으면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없다.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98프로야구.
앞으로도 포수가 강한 팀과 약한 팀, 주전포수 결장 유무에 따른 흐름을 지켜보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