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33)
기사입력 1998년 05월 07일 13시 45분
저택에 피터슨이 돌입한 것은 그로부터 5분쯤 후였다.
훈련이 잘된 요원들이어서 일부는 저택 안으로 뛰쳐 들어갔고 나머지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가 먼저 발견한 것은 별채 뒷쪽에 쓰러져 있는 두명의 사내였다.
얼굴을 가린 복면을 벗긴 요원 하나가 놀란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피터슨, 이놈들은 동양인이요."
"뭐야?"
다가간 피터슨은 후랫쉬의 불빛에 비췬 동양인의 얼굴을 보았다. 두명 모두 시체가 되어 있었다.
"피터슨, 이곳에 동양인이 있소. 두명, 아니 세명이요."
무전기를 통해 요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택 좌측을 수색하는 요원의 보고였다.
"빌어먹을!"
머리가 혼란에 빠진 피터슨에게 다시 저택으로 진입했던 요원의 보고가 들려왔다.
"피터슨, 안은 비어 있습니다. 개 한마리 없어요."
동양인의 시체를 굽어보던 이준석이 그에게로 다가와 섰다.
"피터슨, 이 사람들은 일본 정보국 요원들이요. 저 두사람은 시노하라와 이끼다로 불리던 사람들이었소."
이준석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시노하라와 이끼다를 쏘아 맞춘 것은 자신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당했소. 피터슨, 일본정보국 요원들과 CIA가 총격전을 벌인 것이오."
"싸드, 이놈이."
피터슨이 어금니를 물었으나 지나쳐서 입술근육이 경련을 했다. 그가 무전기를 움켜 쥐었다.
"철수다! 동양인들을 모두 차에 태우도록! 서둘러라!"
악을 쓰듯 소리친 피터슨이 이준석을 돌아보았다. 초점없는 시선이다.
"싸드한테 당했어. 놈은 우리가 따라 오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정보국 요원들이 오는 것도 알고 있었소."
이준석은 시선을 돌렸다. 시노하라는 무뚝뚝했지만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다. 어깨를 늘어뜨린 그에게 피터슨이 뱉듯이 말했다.
"우리도 넷이 죽고 셋이 부상을 당했어. 치욕이야."
그러나 일본정보국 요원은 전멸이다. 요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철수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저기 오는군."
공군기가 나타난 것이다.
하마니는 느긋했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하메드를 향해 그는 웃어 보였다.
"자, 모하메드씨, 잘 봐두시오."
그가 눈짓을 하자 사내 하나가 레버를 당겼고 곧 네줄의 사선 속으로 두개의 점이 들어섰다.
하마니가 모하메드를 돌아보았다.
"모하메드씨, 당신에게 기회를 드리겠소. 이 버튼을 눌러 보시오."
퍼뜩 눈을 치켜떴던 모하메드가 결심한듯 한걸음 다가섰다.
의자에 앉은 사내가 조금 비껴 앉더니 붉은색 버튼을 가리키자 모하메드는 손바닥으로 눌렀다.
"자, 두고 봅시다."
마치 게임의 결과를 기다리는 관중처럼 하마니는 들뜬 표정이었다.
모니터에 나타난 푸른색의 두점은 한동안은 변화가 없는것 처럼 보였다.
모하메드는 숨을 죽이고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거리는 점점 멀어져갔고 시간은 일분이 조금 지났다.
그때였다. 점 한개가 갑자기 고도를 떨어뜨렸는데 모니터에 나타난 고도계를 보면 급강하는 것이다.
"연료공급이 끊겨서 추락하는 거요."
하마니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 순간 다른 한대는 급회전했다. 비정상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