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승씨] 인간미 넘치는 서민연기 '대부'
기사입력 1998년 05월 07일 13시 45분
연극배우 서희승(46)의 연기는 참 편안하다. 그저 우리 곁에 늘 있는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서민의 모습을 잘 그려내기 때문이다.
극단 신화(대표 김영수)가 서울 인간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김태수 작, 김영수 연출)에서 보여주는 연기 역시 인간 냄새가 풀풀나는 서민연기다.
"연기생활 초창기에는 희화적인 인물을 주로 그렸지요. 10년 동안 조금 우습고 어리숙한 인물들을 맡다가 그 이후 서민적인 인물들을 주로 그렸어요."
그는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좌절하고 마는 이발사 만배역을 맡아 어두운 곳에서 희망의 꽃을 피우려고 발버둥치는 인물을 그려낸다.
"만배의 꿈은 건물주인과 눈이 맞아 도망간 아내 대신 아들을 키우며, 그 아들이 사법고시에 꼭 합격하기를 원하는 거에요. 하지만 아들 마저연령제한에 걸리는 마지막 시험에서 낙방하자 절망하지요."
그러나 그의 절망은 새로운 희망을 잉태한다. 감상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소박하고 순박한 이들의 꿈을 파괴하는 것들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것.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때밀이 상우, 따뜻한 마음을 지닌 식당주인 진숙, 챔피언을 꿈꾸는 복서 준호와 함께 절망 끝에 이슬처럼 붙어있는 희망을 엮어간다.
"이들은 서민들의 삶을 억압하는, 기생충과 같은 폭력배의 무자비한 무력행사에 저항하지요. 그것은 자신들의 존재를 스스로 지키려고한 용기라고 생각해요."
서희승은 지난 72년 국립극장 연기인양성소를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됐다. 이듬해 정식 단원이 된 이래 지금까지 국립극단의 단원으로 25년동안 180여편에 출연했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활화산' `약속' `검찰관'등을 꼽는다. 거의 국립극단의 무대였다. 외부출연으로는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 `불꽃' `1월16일 밤에 생긴 일'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최근들어 96년 서울연극제에서 `춘향아 춘향아'로 연기상, 97년 희서연극상, 그리고 올해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수상하면서 연기꽃을 피우고 있다.
`땅끝에…'는 31일까지. 평일 오후 7시 30분. 금∼일 공휴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02) 923_2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