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상암경기장 확정' 부엉바위골 만세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06일 15시 02분
"이제는 큰 소리치고 살게 됐구먼."
`상암동 터줏대감' 이준모씨（64．마포구 상암동 344의 4）는 6일 정부가 2002년 월드컵 현장을 상암동으로 확정 발표한다고 하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며 덩실 덩실 춤을 췄다.
그동안 주경기장 후보지가 상암에서 잠실로, 또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바뀌면서 얼마나 속을 끓여야 했던가.
이씨는 14대째 상암동에서 살아 온 `터줏대감'.
"상암이란 지명은 1914년에 정해졌어. 그 이전에는 물치골（水上）, 부엉바위골（휴岩）이라고 불렀는데 경성부 행정구역 개편으로 두 마을의 끝자를 따 상암（上岩）이 됐다네."
주경기장이 들어설 1568번지 일대는 원래 난지도를 끼고 도는 샛강이 있었던 곳.
연탄재로 메워진 이곳은 현재 서울시 원예 종묘장으로 변해 강의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여기서 어린 시절 멱을 감고 조개도 잡고 천렵도 했지. 강건너편 난지도에 땅콩밭이 있었어."
그 때는 투망질을 하면 손바닥만한 붕어며 숭어가 그물 그득히 나왔단다.
또 강언덕에는 쑥뿌리, 삘기, 오디 등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고.
이 곳이 `버림받은 땅'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3년.
샛강이 분뇨 처리장으로 변한 데 이어 78년부터 난지도에 쓰레기차가 몰려들면서 상암동은 `죽음의 땅'으로 바뀌어 갔다.
"많은 사람들이 떠났어. 코를 찌르는 쓰레기 냄새, 파리와 모기떼 때문에 한 여름에도 창문을 못 열었으니까."
여기에다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여 땅은 마포구 면적의 35.2％를 차지하면서도 주민은 고작 1만명 남짓이다.
지난 90년부터 상암동 개발추진위원장을 맡으며 동분서주해 왔던 그는 "이제야 소원을 푼 것 같아. 상암구장 건설은 그 동안의 희생에 대한 보상이자 내 평생에 이룬 가장 값진 선물인 셈이지."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