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괴물'양준혁 '4구는 미워'
기사입력 1998년 05월 06일 14시 41분
★…"나도 밥 좀 먹고 삽시다."
삼성 거포 양준혁（29）의 입이 잔뜩 튀어나와 있다.
지긋지긋한 4구 때문이다.
타석에 서서 멋있게 폼을 잡을라 치면 어느새 상대포수는 바깥쪽으로 완전히 빠져 있거나 아예 일어나 투수의 공을 받기 일쑤.
올시즌 얻어낸 4구가 20경기에서 벌써 18개고 이 가운데 6개가 고의 4구다.
어느 투수나 부담스럽긴 마찬가지겠지만 양준혁을 상대하기 싫어하는 대표적인 투수가 바로 해태 언더핸드스로 이강철.
이강철은 작년시즌 8타석에서 만나 7차례를 4구로 걸렀다（한차례 정면승부때는 홈런）.
올시즌도 마찬가지.
지난 5일 광주 삼성전에서 1,3회는 고의 4구, 6회는 요리조리 피해가다 결국 4구로 내보냈다.
사정이 이쯤되니 양준혁으로선 맥이 빠질만도 하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상대투수들이 걸핏하면 도망가니까 그만큼 안타나 타점을 만들어낼 기회가 적어지는 셈.
4구가 이렇게 많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삼성 방망이의 `핵'은 누가 뭐래도 이승엽－양준혁으로 이어지는 3,4번.
상대 투수들은 이 2명의 타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골머리를 앓는데 가장 선택하기 쉬운 방법이 이승엽과 승부하고 양준혁은 4구로 걸리는 것이다.
양준혁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3번 이승엽과는 정면대결할 수 밖에 없다.
작년시즌 양준혁이 얻은 4구가 무려 103개로 이승엽（49개）보다 두배이상 많았던 기록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내게도 칠 기회를 달라"는 양준혁의 호소는 너무나 애타게 들린다.
[광주＝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