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씨] '그날 운세따라 전국돌며 점 봐줍니다'
기사입력 1998년 05월 06일 14시 41분
"30분 뒤에 어디 있을 지 나도 모릅니다."
역술인 김정수씨（51）는 미니버스 타우너에 `점집'을 차려놓고 손님을 찾아다닌다.
`네발 달린' 철학원인 만큼 정해진 주소가 없다.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4인치 흑백 TV가 벽에 붙어 있고, 뒷자리를 개조해 2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좌석도 있다.
또 벽에 붙어 있는 널판지를 내리면 간이책상이 된다.
구내식당은 없지만 공중전화로 차의 위치를 알려주면 자장면이나 짬뽕이 금세 배달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통신시설이 없다는 점.
이동전화나 PCS를 사면 되겠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무선호출기로 연락을 받고 공중전화를 이용한다.
김씨가 `이동 철학원'을 차린 것은 지난해 10월.
`돌팔이 침술사', 통신기기 판매업을 하다가 망한 뒤 지난해 1월 처음 철학원을 차린 김씨는 사무실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자 장안평 중고차시장에서 120만원을 주고 5년 된 타우너를 구입, 정식으로 `입주'했다.
"돌아다니면서 영업을 하니까 역마살（驛馬煞）이 낀 내 팔자에 맞는 것 같아 좋습니다. 또 이것도 사업인 만큼 그날 운세에 맞춰 옮겨다닐 수 있어 유리하죠."
`이동철학원'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사무실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
다달이 LPG 연료비로 2∼3만원이 들어가고, 세금, 책임보험료, 수리비 등을 모두 합쳐봤자 5만원이면 충분하다.
김씨의 철학원을 찾는 손님은 대개 젊은 층.
"호기심에 찾은 아베크손님들과 친구끼리 오는 젊은 여자들이 많았지만 불경기가 본격화되면서 중년남자도 늘었습니다."
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찾은 손님이 아닌 만큼 복채도 싸다.
"1인당 1만원씩 받지만 돈이 없다고 하면 2명에 1만원도 받지요."
아직은 `자기의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돈에 큰 욕심이 없다는 김씨는 `일당 5만원'만 벌면 간판을 걷고 아무곳으로나 핸들을 돌린다.
김씨는 더위가 본격화되면 해수욕장 등 유원지로 떠날 계획이다.
"나도 머리 좀 식히고, 손님도 많을테니까요."
[김승우 기자]
